[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과 발맞춘 여당의 행보가 요지부동하면서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입법을 둘러싼 진통이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상파방송사까지 자사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법안 개정에 가세, 기존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대체할 미디어렙 법안은 방송광고시장의 약탈적 상황을 부추기는 내용으로 개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민주당)은 당초 미디어렙법의 ‘2011년 연내 입법’을 공언했지만 막판 이견이 돌출하면서 미디어렙법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법안심사소위만 지난 1일 새벽 가까스로 통과했다.
통과된 법안은 오는 5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미디어렙법의 본회의 표결은 일정상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총선과 대선 등 굵직한 이슈가 예고된 상황에서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송광고시장의 무법 상태는 그만큼 길어지는 셈이다.
민주당은 방송광고시장의 질서를 잡기 위한 최소한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판단 아래 협상을 서둘렀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주장을 대폭 수용하는 패착이 되고 말았다.
국회 문방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미디어렙법은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3년 유예 ▲민영 미디어렙 방송사 1인 지분 40% 허용 ▲1공영(KBSㆍEBSㆍMBC), 다민영(SBSㆍ종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에 서 있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발씩 물러서다 종편의 광고 직거래를 3년 기간 허용하자는 데까지 동의했다.
이로써 종편은 합법적으로 2014년 초까지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민주당은 민영미디어렙이 특정방송사의 자회사처럼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2개 이상 방송사가 렙 지분을 공유하도록 하는 조항을 마련했지만, 이마저 관철하지 못하는 등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MBCㆍK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은 미디어렙법 제정과 동시에 자사 이해관계를 관철하려 하고 있다.
특히 MBC는 재원구조만큼은 공영방송이 아니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공영 미디어렙에 묶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는 지난 6월 무산된 ‘수신료 인상’ 카드를 재차 꺼내 들고 미디어렙법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 방송사는 여야가 합의한 미디어렙법안이 종편과 SBS만 특혜를 누리도록 한다고 연일 자사 메인뉴스 리포트를 통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종편 등에 준하는 재원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더해 SBS는 지주회사의 민영미디어렙 출자 금지 조항에 불만을 표시하고 유료방송의 일반PP는 지상파와 지상파계열PP의 연계판매를 허용하는 조항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고 있어, 미디어렙 입법을 둘러싼 이해당사자간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