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3년 동안 표류해온 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미디어렙법)이 여야 합의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법안 처리를 놓고 불거진 야권의 단체별 갈등은 여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참여연대 등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통합당이 ‘타협’이란 미명 아래 미디어렙법안을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여야 협상안이 사실상 여당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굴복적 내용’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명규, 노영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오후 비공개 실무협상을 벌여 ▲2013년까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미디어렙 광고 위탁 유예 ▲미디어렙의 방송사 1인 최대 지분 40% 허용 ▲신문과 방송 등 이종매체 사이 광고 교차 판매 금지 등을 뼈대로 한 절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뜨거운 감자’는 종편 광고의 미디어렙 위탁을 유예한 내용이다.
민언련 관계자는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을 허용한 것을 어떻게 ‘양보’로 볼 수 있느냐”며 “원칙이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에 이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천주교와 불교 등 7개 종교단체는 오는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디어렙법안의 연내 입법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반대한다는 입장에 서 있지만 협상 내용에 따라 한시기간 종편의 광고 영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선택의 문제”라면서 “연내 입법이 무산되면 내년은 선거 이슈에 묻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6월에 가서야 미디어렙 법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무법 상태에서 종편이 개국해 직접 광고 영업을 개시했고, SBS미디어홀딩스와 MBC도 사실상 자회사 성격의 미디어렙을 만들어 당장 다음 달부터 광고영업을 하겠다고 나선 만큼 연내 입법이 무산되면 2012년 상반기는 무법의 연장선에서 방송광고시장의 혼란상을 고스란히 목도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민언련 등은 시일이 걸려도 원칙에 입각한 미디어렙 법안을 만들자는 주장이고, 언론노조 등은 미완의 법으로 방송시장 파행을 막은 다음 차후에 법안을 개선하자는 현실론을 펴는 셈이다.
양쪽 모두 종편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점에서 고민은 같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연내 입법하거나 입법을 다음해로 미뤄도 일정 기간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미디어렙 법안 처리를 놓고 표출된 온도차는 지난주 민언련과 개신교계열 노컷뉴스가 수 건의 기사와 성명을 주고받는 신경전으로 치닫기도 했다.
업계는 해당 법안 처리가 워낙 해묵은 과제이고, 미디어렙을 둘러싼 방송사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어 정답을 찾기 쉽지 않다고 충고한다.
더욱이 야권에서 중심을 잡고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할 민주통합당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10월 ‘1공영 1민영’으로 잡아놓은 당론을 뒤집고 한나라당이 제안한 ‘1공영 다민영’ 안으로 선회해 시민단체 진영의 반발을 크게 샀다.
최근에는 미디어렙 연내 입법이 공론화 되자 아예 시민단체 의견을 수렴해 당론을 정하겠다고 하면서 잇달아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야권의 분열상만 커졌다.
이와 관련, 거대 야당이 이견 분분한 미디어렙 법안을 사실상 시민사회에 떠맡기고 책임 문제에서 면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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