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 '부동산 버블기'로 되돌아간 정부
양도세 중과폐지 등 '시장정상화'에 중점..투기방지 원칙 깨
거래활성화엔 긍정..과세형평성·서민 주거현실과는 동떨어져
2011-12-07 12:55:17 2011-12-07 13:19:48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국토해양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하자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폐지의 경우 거래량이 늘어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대부분은 '부동산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투기억제 등의 원칙을 깨트린 변칙적인 대책이라며 혀를 차는 분위기다. 
 
정부는 7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는 햇수로 4년, 3주택이상은 7년만에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부동산 규제를 전면 해제시켰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럽발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현가능성과 가계부채급증으로 내년 내수시장 및 경제성장률 위축이 가시화되자 주택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재차 추락할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고 주택거래량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50% 감면조치가 예상보다 부동산 시장에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은만큼 선제적 연착륙 방안을 강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 부동산 거래활성화, 강남 재건축 부활.."가능할까"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는 주택구매를 유도해 거래를 늘리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지난 2009년부터 2012년 말까지 다주택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조치가 반복되어왔지만 기간을 정하는 등 단서조항이 많았던만큼 침체된 경기 속에 거래활성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기존주택시장의 거래활성화를 위해선 보다 다주택자를 보는 시각의 변화와 보다 적극적인 추가 세제 완화책으로 공급활성화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절실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또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당장 조합설립 인가된 26개단지 1만9000여명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지고, 조합설립을 추진 중인 22개단지 2만 2000여명도 거래 규제족쇄에서 벗어나게 돼 '환금성의 날개'를 달았다는 반응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금번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와 맞물려 강남재건축 규제완화 호재로 작용, 집값 낙폭을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규제완화로 인해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다주택자 판정과 기간에 구애없이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을 정부가 용인해 주는 셈"이라며 "당분간은 계절적 비수기가 겹쳐 거래활성화 효과를 단기간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올 3월 수도권 DTI규제 부활로 조정되던 주택가격의 하락폭을 저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 버블기로 되돌아간 부동산시장.."왜 풀어제끼나?"
 
한편 이번 핵심적 규제들의 완화 명분을 두고 국토부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뚜렷한 관점 차이를 나타냈다.
 
국토부는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된 제도들은 장기침체로 접어든 지금 부동산 시장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과도한 집값상승과 투기억제를 위한 원칙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지난 2001년경 9.9%(아파트 값은 14.5%) 오르던 집값이 2002년 2월과 3월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각각 22.5%와 23.1%로 폭등하며 '버블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양도세 중과는 과거 부동산이 급등하던 시기에 불로소득 환수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지만 오래된 부동산 침체로 유명무실해진 제도"라며 "그러나 심리적으로 거래 침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영구폐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도세 중과 등이 도입된 배경은 일시적인 부동산 과열을 제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 등 비합리적인 '부의 축적'을 막기 위한 세법이었다는 주장이다.
 
이상영 교수는 "정부의 명분은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통해 다주택자들로 하여금 활발히 주택공급을 이뤄지게 해 최근 임대시장 불황을 해결해나가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요한 건 굳이 중과 제도까지 풀지 않아도 임대사업자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은 그외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 대책이 부유층의 세 부담만을 경감시키고 강남 재건축시장과 다주택자, 건설업체들을 회생시키는데에만 주력한다"면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부 대책이 결과적으로 시장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서민 주거현실은 여전히 풍전등화"
 
다주택자 중과세가 폐지되면서 시세 차익 대신 임대수익을 얻으려고 임대사업을 하는 다주택자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8·18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기준을 주택 1채 보유로 낮추고, 임대사업자가 거주하고 있던 기존 1주택도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소형주택 쏠림현상으로 소형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또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더욱 힘들게 하는 악순환 반복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강남3구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대출조건이 완화되면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자들도 늘면서 대출 부담을 전세 또는 월세로 돌리는 임대인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전셋값 상승이나 월세로 전환된 물량이 늘면서 서민들의 고충을 더욱 가중시킬 수도 있다"며 "다주택자들이 주택임대사업을 위해 소형주택을 매입 전세로 내놓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싸게 내놓을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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