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파탄내놓고 지참금 요구한 의사..법원 "염치없다"
2011-11-17 12:54:04 2011-11-17 12:55:19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결혼생활을 소홀히하고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결혼생활을 파탄내놓고도, 결혼 전 약속한 지참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낸 의사가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의사인 J씨가 전 부인인 A씨와 처가 식구들을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아버지가 J씨에게 억대의 예단비 등을 주고 결혼 후 아파트와 살림자금을 주겠다는 각서를 작성해 내준 것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데 경제적 뒷받침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이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 그 효력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J씨는 장인의 뜻을 저버리고 혼인기간 내내 정상적인 부부로서의 결혼생활을 하지 않고 결혼 전에 사귀던 다른 여자들과도 계속 관계를 유지했다"며 "남편으로서의 의무와 도리를 전혀 하지 않은 J씨는 가정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상 처가로부터 지참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결혼생활을 파탄내고도 지참금을 요구한 J씨에게 이례적으로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서 "이미 혼인관계가 깨진 후에도 지참금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염치없는 것"이라고 꾸짖었다.
 
지난 2005년 중매로 만난 J씨와 A씨는 결혼을 약속하게 됐고 A씨의 아버지는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되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팔아 5억원을 지급하고, 4억원 상당의 아파트도 사주겠다"는 각서를 J씨에게 써줬다.
 
이후에도 A씨 측은 J씨의 요구대로 예단비로 2억원을 줬고, 신혼여행 경비와 J씨를 위한 차량 구입비 등 3250만원 등을 추가로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측은 약속된 부동산 매매 대금을 받지 못해 지참금과 아파트를 J씨에게 제공하지 못했고, 두 부부의 결혼생활은 신혼여행부터 삐꺽거리게 됐다.
 
두 부부는 결혼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었고, J씨는 바쁜 생활을 핑계로 A씨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으며 결혼 이전부터 사귄 두 여성과 계속 관계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남편의 대출금 3000만원을 대신 갚고 결혼 생활 내내 생활비를 대기도 했지만 J씨는 오히려 이혼을 요구하며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냈다.
 
법원은 조정을 통해 "J씨는 A씨에게 예단비 등 명목으로 받았던 2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A씨는 결혼 전 약속한 지참금을 달라며 처가를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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