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이마트 저가 텔레비전(TV) 살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후회할 것입니다."
권희원
LG전자(066570) HE 사업본부장(부사장)은 2일 고려대학교에서 LG전자 임원특강을 열고 "이마트 TV가 싸서 좋은데 제품 질은 확실히 떨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부사장은 이날 이마트의 저가 TV 전략에 대해 "우리(LG전자)도 저가 제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 출시된 다른 제품들이 잘나가다보니 내놓을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비즈니스는 2 대 8의 법칙으로 운영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2(프리미엄 제품)가 나머지 8(저가형 제품)을 이끈다"며 "결국 이득은 2에서 챙기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권 부사장은 또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개인용컴퓨터)의 출현으로 TV 시장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들이 결국 TV를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연동해 사용할 것인 만큼, 모바일 기기가 성행해도 TV 사업은 영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구글과 애플이 너도나도 TV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원특강 중 고대 학생들과 권 부사장 간 질의응답 내용이다.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임원인데, 자신이 특별히 남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첫째, 어릴 때부터 '역지사지'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다. 기업은 서로 남의 일을 해줘야 하는 조직이다. 둘째, 조직생활 중 불편한 점이 있으면 동기들과 뒤에서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윗사람에게 직접 호소했다. 이런 면들이 달랐다고 본다.
- 최근 TV 시장의 트렌드가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넘어가고 있는데, LG전자가 경쟁사 대비 늦었다고 보지 않나.
▲ 안 늦었다고 본다. 우리는 남을 따라가지 않고 리드하는 중이다. 투자 시점도 거의 비슷했다.
OLED TV가 내년쯤 나올 것이라고들 하는데, 디스플레이가 자체 발광 형식이라 오히려 대형화가 쉬울 수 있다.
따라서 이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안되지만 양산 타이밍이 중요하다. 우리가 늦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TV가 다른 디바이스(스마트폰, 태블릿 등)와 경쟁해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 TV 사업은 영원하다. 눈으로 보는 것(모니터)들은 일단 화면이 커야 한다. 하물며 3차원(3D) TV 제품은 더 커야 한다.
이는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가 성행해도 불가변이다. 결국 관심은 TV로 다시 모아질 것이다.
소비자들은 밖에 있을 때 모바일 기기를 필요로 하는 만큼 집에 있을 때 편한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스마트폰-태블릿-TV가 서로 연동되는 트렌드가 조만간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결국은 TV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이것이 구글, 애플이 TV 사업에 뛰어들려고 하는 이유다.
- 태블릿 사업은 다시 할 것인가.
▲ 태블릿? 열심히 하고 있다. 애플은 499달러짜리 아이패드를 냈고, 아마존 킨들은 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태블릿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아 고·저가형 제품이 나란히 출시된 것.
하지만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풍부한 콘텐츠 서비스에 있다.
애플과 아마존 모두 이 부분에서 막강하다.
하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에는 유명 태블릿이 없다. 콘텐츠 문제 때문인데, 그렇다고 가망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아직 기회는 있고 준비하면 된다.
시장은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나, 적절한 타이밍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 LG는 경쟁사 대비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들었는데..
▲ LG그룹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직성'이다. 내가 입사한 후 지금껏 이 부분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가령 중소기업의 기술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낚아 챈 장본인이 사내에 있다면, 그 사람이 꼭대기에 앉아있을지라도 최하위로 밀려나는 문화다.
이런 문화에 힘입어 우리가 비록 지금은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결국 1등을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 이마트의 저가 TV 대비 전략은?
▲ 모든 비즈니스는 2대 8의 법칙으로 운영된다. 20%가 나머지 80%를 이끈다.
그렇다고 2만 하느냐. 8도 중요하다.
우리도 저가 TV 준비하고 있다. 이미 출시된 다른 제품이 잘나가다보니 내놓지 않고 있는 것 뿐.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사든 그것은 그들의 의사결정 사항이며 자유다.
다만 이마트의 49만원짜리 32인치 TV 사면 후회할 것이라 확신한다. 같은 사양의 LG전자 제품은 80만원대인데 현재 이마트에 더 많이 나가있다.
이마트 TV가 나오자 마자 회사에 한대 들였다. 회사 연구소장왈 "나같으면 안사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제품의 질 보장 못한다.
- 소프트웨어 기술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회사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구본준 부회장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하면 1.1-1.2-1.3 버전이 줄줄이 나오는데, 우리는 1.0에서 2.0으로 뛰고 3.0 버전이 또 나온다.
전혀 다른 형태의 버전들이 계속 나오는 것.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구 부회장이 최근 '소프트웨어 아키텍트(Software Architect)' 인증식을 갖고 소프트웨어 명장들을 육성코자 하는 것이다.
▲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분명 삼성전자가 애플보다는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소식들을 들어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뛰어넘은 듯하다. 지금은 갤럭시 시리즈가 더 잘 팔린다는 얘기다. 우리가 이제부터 하려는 게 그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시장을 선점하고 제품을 먼저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대응도 중요하다.
- LG전자의 특허 보호 전략은?
▲ 자체적으로 특허센터를 운영하면서 특허 관련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예전에는 특허를 만들어 쓰기만 하면 됐는데, 최근 이 흐름이 바뀌어 웬만한 동종업체들이 크로스라이선싱 전략을 취하지 않고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돼가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가 북미로부터 많은 로열티를 받지만, 우리도 그들에게 로열티를 낸다. 소니도 마찬가지이고..이렇듯 '표준성(스탠다드)'으로 가는 것이 큰 그림이다.
따라서 산업의 변화를 빨리 알고 특허를 먼저 개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특허괴물들도 속출하고 있는데 현재 철저히 방어하고 있다.
- 3D TV가 과연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지. 안경을 계속 써야하는 등 불편한 점이 많은데 대응 전략이 있나.
▲ 결국은 무안경식으로 갈 것이라 본다. 다만 시간은 걸릴 것이다. 현시점에서 3D TV를 볼 때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가벼운 안경을 쓰게 된 것도 발전해나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만약 3D가 대세로 자리매김할 때 우리가 준비돼있지 않다면 더 큰일이다. 지금처럼 미리 준비해뒀다 때가 왔을 때 적절히 쓰는 것이 현명하다.
3D TV에는 일반모드도 있어 언제나 3D로만 안경을 쓰고 시청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추세는 3D로 간다고 본다.
그 때 돼서 경쟁사(삼성) 제품과 비교해 봐라. 그러면 어떤 제품이 더 뛰어난지 알게 된다.
- 디스플레이 산업이 사양화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비전이 있다고 보나.
▲ 인간의 오감과 관련된 것은 없어질 수 없다. 눈으로 보는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 지금 어려운 것은 맞다.
공급과잉 때문인데, 생산업체들은 준비가 돼 있는데 유럽 등 경기침체 문제로 수요가 안받쳐준다.
역사적으로는 이런 상황이 1년을 넘긴 적이 없는데, 지금 6~7분기째 지속되고 있어 난리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그 산은 높은 산이다. 우리가 이토록 어려운데 경쟁사들은 어떻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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