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정협기자] 정부가 그동안 '괜찮다'는 입장만을 강조해 온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 비중이 낮긴 하지만 각 나라별 소득수준과 증가속도 등을 고려하면 위험 수준이라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은 25일 '국가채무관리의 베스트 프랙티스'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지난해 현재 국내총생산(GDP)대비 33.4%로 OECD 국가 중 29번째에 불과하다. 일본(220%)이나 그리스(142.8%), 이탈리아(119.0%)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이 우리의 소득수준이었을 당시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을 살펴보면 40~70%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의 국가채무 증가속도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0조4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2000년대들어 연평균 13.7%씩 증가하면서 지난해 392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명목 경제성장률 6.9%의 두배에 달하는 증가속도로, 이 기간 동안 우리보다 채무가 더빨리 늘어난 국가는 룩셈부르크와 터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 4개국 뿐이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채무에 대한 일부의 우려에 대해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란 입장을 유지해왔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월 9일 국회에서 "외채가 늘었지만 이는 경제규모가 늘어나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4일 신제윤 재정부 2차관도 "우리나라 외환보유액과 단기외채비율, 경상수지, 국가채무 등 대외건전성 지표가 양호하며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고령화 정도(전체 대비 65세 이상 인구비중)도 11.1%로 소득수준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재정수입을 증대시키거나 다른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고령화 관련 지출의 확대로 국가재정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며 "건강보험과 노인장비 요양보험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경우 2050년말 국가채무 비율은 168.8%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안정화 정책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보고서는 "매년 재정수지를 GDP 대비 몇 % 이내로 강제하는 경직적인 지출통제는 실패하기 쉽다"며 "중장기적으로 긴축기조를 유지하되 단기적 유연성, 성장에 필요한 지출로의 집중, 사회 약자층에 대한 배려 등의 정책 혼합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출산률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 등 우리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출산률 제고대책, 정년연장,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외국인 인력 활동 등의 정책에는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상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장의 지출 부담이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확충함으로써 재정부담을 오히려 줄일 수 있다"며 "통일에 대한 비상계획을 수립해 사전에 재원을 미리 확보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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