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저는 정의롭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
6일 법무부 국정감사에 2007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을 담당했던 임은정 검사(37·사법연수원 30기)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임 검사는 2007년 당시 재판에 대한 인상을 일기로 적었던 것을 최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임 검사의 일기에는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었다"고 적었었다.
또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 주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당시 비통했던 감정도 담아냈다.
임 검사는 "정의로운 일을 했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의 말에 "노력은 했지만 그 아이들의 상처를 씻어주지 못해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임 검사는 또 "당시 변호사들이 어린 피해자들을 다그치고 거짓말쟁이라고 모욕하지 않았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변호인들은 정당한 방어권의 한계 내에서 변론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그러나 "당시 한 피해학생이 '내가 거짓말쟁이란 말이냐'며 몸을 떨던 것이 기억난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임 검사는 사건 당시 광주지검 공판부 공판전담 검사였다. 인천지검에서 처음 검사를 시작한 임 검사는 초임때부터 아동성폭력 사건을 전담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도 그런 이유로 임 검사에게 배당된 것이다.
현재 법무부 법무심의관으로 근무 중인 임 검사는 현재도 아동 성폭력 범죄사건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편, 권재진 법무부장관이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건인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과 관련, "결과가 국민 법감정에 못미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아동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양형 등 많은 정비가 필요하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이어 "당시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를 했고, 공소유지과정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유감"이라면서 "앞으로 이런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히 처벌하고 입법적인 조치도 고려해 장애인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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