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주기자] 서울시가 재개발 지역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정비사업을 오는 2012년부터 본격 추진하겠다고 2일 밝혔다.
소규모 정비사업이란 5000㎡ 미만의 소규모 부지에 저층 주택단지를 조성해 노후주거지역을 정비하고 원주민을 비롯한 수요자들에게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취지로 추진되는 일종의 재개발 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저층주택과 아파트의 장점을 살린 휴먼타운에 이어 실시되는 것으로 올 하반기 법제화를 통해 내년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국토해양부와는 해당 사업에 대해 오래전부터 구체적인 논의를 해왔고 현재는 관련 법률안 마련까지 함께 작업할 정도로 사업이 진척된 상황"이라며 "빠르면 올해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도시계획절차 생략하고 노후주택만 정비‥'소요기간 단축'
이번 소규모 정비사업은 도로와 공원 등 양호한 기반시설은 그대로 두고 노후한 주택만 공동으로 묶어 주거정비를 하는 방식이다.
정비계획수립과 주민공람,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도시계획 절차'가 생략된다는 점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주민합의와 구역지정 요건에 맞으면 개별 사업자가 스스로 사업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평균 8년6개월 소요되던 주택단지 개발 사업기간을 3년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어서 민간 개별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된다.
반면 도시계획 절차를 생략함으로써 무분별하게 사업 주체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제기된 것에 대해 서울시는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진희선 서울시 주거재생과장은 "도시계획 절차가 생략되더라도 기본적인 건축계획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기 때문에 걱정할 것 없다"며 "도시계획 절차 생략, 사업 타당성 여부검토절차 간소화를 통해 사업기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사업기간 단축은 물론, 주민들의 부담금을 낮추는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해당 정비구역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높이기 위해 주민부담금을 최대한 낮출 방침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지하주차장의 경우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1층에 기둥을 만들어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필로티(pilotis)나 반지하 형태의 스킵플로어(skip-floor) 방식을 도입한다.
또 소규모 정비사업의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취득세 면제 및 한시적인 임대소득세 면제 등 세제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중앙부처와 적극 협의할 예정이다.
◇ 5000㎡미만, 7층 이하 '소규모 정비'‥'주거유형 다양화'
그동안 주거정비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과 노후불량 주택의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 1만㎡이상 대규모 단위로 추진돼 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이번 소규모 정비사업은 1000~5000㎡미만의 저층주거지 중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택지개발사업 등으로 기반시설이 비교적 양호하고 폭 6m이상 도로에 인접한 구역을 대상으로 한다.
시는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정비되는 건축물은 7층 이하로 층수를 제한하며, 1종 지역은 4층 이하로 제한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달동네라 불리는 지역의 기반시설은 너무 열악하고 노후불량 주택이 밀집된 지역의 재개발사업은 거의 완료됐기 때문에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저층주거지를 보전하면서 낙후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또 거주민의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1층에는 생활편의시설이나 커뮤니티시설을 배치하고, 반지하주차장 상부는 데크(deck)로 덮어 거주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진 과장은 "단지 내에 이웃과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들어서고 미관상으로도 수려하며 상대적으로 넉넉한 주차공간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기존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연립주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및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에 생계형 임대소득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권리가액 및 기존 가구수 범위 안에서 1가구 다주택 분양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본부장은 "서울시가 개발하고 도입한 소규모 정비사업모델은 기존 대규모 전면철거와 아파트 건설 위주의 재개발, 재건축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저층과 고층이 조화를 이루는 주거유형을 만드는데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소규모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뉴스토마토 박창주 기자 est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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