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 오민욱기자] “실무자들의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제 검찰의 모든 지시를 받게 생겼으니....”, “형사들의 업무환경에 대해서 알기나 하나?”
경찰들의 한숨섞인 목소리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조현오 미스테리, 도대체 왜 합의했을까?
지난 20일 검찰과 경찰의 합의문 작성 이후 일선 경찰관들의 술렁거림은 새로운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2일에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의 팀원이 "이번 합의안에 대해 수뇌부의 입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경찰청은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조직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까지 밝히며 합의문의 문제점을 강력히 성토했다.
이는 조청장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일선 경찰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23일에는 경찰청 간부가 청사 앞에서 합의안 무효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인 데 이어 협상 실무팀 일부 구성원이 전출을 공식 요청하는 등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이번 합의는 하지 말았어야 할 합의였다"며 "이제 검사의 권한이 더 강화되게 생겼다 ”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일선 경찰서 간부도 “조청장이 왜 이런 조정안에 합의를 했는지 알 수 없다”며 합의 배경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관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을 히든카드로 쥐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합의문은 노예계약?
20일 합의문 결과가 발표되자 경찰 내부 게시판에는 불만 글이 폭주해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시판에는 “치욕적이다”, “절망적이다”, “새로운 노예계약이다” 등의 합의에 대한 비난글이 폭주해 수 백건씩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모든 수사'라는 문구는 일선 경찰관들을 자극했다. 청와대의 "현상유지를 의미한다"는 해명과 조청장의 "내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향후 법무부령을 통해 실질적으로 검찰의 완전한 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특히 검찰에서는 전국의 평검사들이 회의를 거쳐 자신들의 의견을 담은 건의문을 검찰총장에게 제출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반면, 경찰에서는 조청장이 일선 경찰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선 경찰의 목소리가 반영되지도 않은데다가 심지어 협상 실무를 담당했던 수사구조개혁팀의 의견조차 묵살당한 채 조청장의 독단적인 합의로 중대사안이 처리된 과정에 대해 실망의 목소리를 높였다.
◇ 인사 시스템 재정비 말까지 나와
이번 합의문 발표에 대한 일선 경찰의 또다른 반응은 회의와 냉소였다.
지방 경찰서 한 일선 경찰관은 “현재의 인사 시스템을 가지고는 일선 경찰관들이 6급이상(경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며 "경찰 내부에서도 소신껏 수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검찰 지휘까지 받아야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은 "어차피 경찰 내부에서도 인사고과 때문에 이래저래 상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수사권 독립이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란을 "밥그릇 싸움"으로 표현하면서까지 속도전으로 합의를 이끌어 낸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경찰 내부의 반발과 냉소를 조청장이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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