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전 불법 예금인출 사건이 터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회 정의와 신뢰의 기반을 허무는 황당한 금융사고가 벌어지는 동안 감독 당국은 '눈 뜬 장님'으로 불법을 수수방관한데다 이를 은폐하고 적절한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최근 농협전산장애, 현대캐피탈 해킹사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 매매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스스로가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의 신뢰를 허무는 장본인이란 비판이 나온다.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금융당국의 문제와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금융권 사상초유의 사태가 잇달아 발생한 것에 대해 부실감독, 늑장대응을 일관해온 감독당국에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부산저축은행에서 영업정지 전날 임직원과 대주주에 의한 부당예금인출 사건은 금감원의 감독태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유동성 부족에 따른 영업정지인 만큼 인출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미 제기돼왔고 영업정지 전날 현장에 금감원 직원 3명이 있었음에도 '눈 뜬 장님'처럼 부당인출을 막지 못했다.
금감원은 뒤늦게 부당인출을 제지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부당인출은 그 이후에도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늑장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금감원이 부당인출사안을 검찰에 통지한 것은 영업정지 한달 반이 지난 3월 23일이었다. 부당인출 정황을 인지한 후에도 이를 규명하기보다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감시-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권혁세 금감원장이 스스로 '금융신뢰의 종결자'가 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신뢰의 실종자가 아닌가싶다"고 꼬집었다.
◇ 저축은행 부실감독·잇딴 전산망 사고..감독당국이 '신뢰 실종자'
금감원의 부실감독과 뒷북 대응은 이번 저축은행 불법 예금인출 사건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이 사건을 불러온 올해 초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도 금감원의 감독태만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9년 부실은행인 대전저축은행이 부산저축은행에 인수된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이 급격하게 늘었음에도 금감원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거나 알고도 관리감독에 나서지 않았다.
수 차례 저축은행 현장검사를 나가면서도 부실징후를 잡아내지 못한 탓에 부실이 누적됐고 부산계열저축은행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4월 들어 터진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이나 농협의 전산장애 등 금융사상 초유의 전산사고도 금감원의 감독태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금융회사 예산의 5%를 보안시스템에 투자하라고 권고한 금감원의 IT검사 인력은 달랑 11명이었다.
11명이 180여개의 금융회사 보안시스템을 감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해도 업계1위인 현대캐피탈이 금감원의 IT검사를 받아본적이 없다는 사실은 황당하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현대캐피탈 해킹 사고가 터진 다음날 느긋한 산행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검찰이 발표한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매매 사건도 금감원이 늑장대응으로 일관하다 검찰에게 뒤통수를 맞은 사례다.
3월에는 감사원이 저축은행 부실감독을 이유로 사상 처음 금감원에 기관주의 경고와 금감원 직원에 징계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금융감독 기구의 전현직 수장 10여명이 일제히 불려나와 부실 감독 책임을 놓고 집중적인 질타를 받는 유례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금융권관계자는 "오죽하면 감사원이 금감원에 사상 처음으로 기관주의 경고를 내렸겠냐"며 "본연업무를 망각한 금감원에 영업정지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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