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법무부 장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검찰청 폐지로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새 형사사법 체계를 이끌 수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겁니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장관 직무대행인 차관까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무부 지휘 체계의 불안정성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13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의 법무부 청사. (사진=뉴시스)
1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직은 정성호 전 장관이 8월26일 퇴임한 이후 67일째 비어 있습니다. 후임으로 지명된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에 휩싸여 지명 20일 만인 9월19일 자진 사퇴했습니다.
그사이 10월2일 공소청과 중수청이 문을 열었습니다. 78년 만에 형사사법 체계가 바뀌었지만, 공소청 직제 정비, 하위 법령 마련,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부작용 대응 같은 굵직한 과제를 장관 없이 처리하고 있습니다.
장관 직무대행인 이진수 차관도 사의를 밝힌 상태입니다. 이 차관은 민주당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던 7월 말쯤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다만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만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조건을 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건부 사표인 셈입니다.
인사청문회 망신 각오해야…정계·법조계 '부담 커져'
인선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인사청문회 부담이 꼽힙니다. 특히 김승원 전 후보자 낙마 이후 정계와 법조계에서는 장관직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합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권에서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는 의원들을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와 엮어 이미 공격 태세를 갖췄다"라며 "김 전 후보자 낙마 사태로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박균택·양부남 민주당 의원 2명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고검장을 지낸 친명계 호남 초선 의원입니다. 박 의원(사법연수원 21기)은 문재인정부 초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검찰개혁 실무를 맡았습니다. 2022년에는 당 대표 법률특보로 이 대통령의 백현동·성남FC·대북 송금 사건 변호를 맡았습니다. 양 의원(22기)은 부산고검장 출신으로, 2022년 김 전 후보자와 함께 당 법률위원장을 맡아 1년 반가량 이 대통령 사법 리스크 대응을 총괄했습니다.
야권은 두 의원의 이력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고,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의원 모임에 참여했다는 점을 문제 삼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와 공소청을 이재명 공소취소 로펌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검사 출신이라 여권 내 검찰개혁 강경파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권이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점도 인선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이달 초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해 소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처리 시점은 못 박지 않은 채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후보자 청문회 때 보면 알 수 있듯, 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려면 가족을 포함해 망신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며 "게다가 지금 장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선명한 의지가 없다면 누가 선뜻 하겠다고 하겠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여러 후보자를 검토하고 있다', '조만간 인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은 채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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