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중국 게임사들이 국내 게임산업을 위협하며 판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 업체들은 우리나라 게임을 모방하고 수준이 낮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하지만 이후 막대한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자본과 개발력을 토대로 글로벌 흥행작을 만든 중국 기업들은 우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며, 우리 게임산업에 깊숙이 침투한 모습입니다.
아울러 중국 게임 장르의 영향력도 동반 확대됨에 따라, 국내 게임사가 주도해 온 역할수행게임(RPG) 중심의 수익 구조마저 휘청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국 모바일 매출 상위 20개 중 8개…카피 기업에서 세계 시장 퍼블리셔로 성장
통계상으로도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세는 뚜렷한 모습입니다. 30일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국은 세계 게임시장의 24.2%를 차지하며 미국(20.9%)을 제치고 1위에 올랐는데요. 같은 시기 우리나라 게임 점유율은 7.8%에서 7.2%로 하락했습니다.
아울러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 20개 중 중국계 게임은 8개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9개인 우리 게임보다 단 1개 적은 수치입니다. 나머지 3개는 미국, 튀르키에 등 국가 게임들이 차지했는데요. 다만 '열혈강호: 넥스트'의 경우 한국 지식재산권(IP) 게임이긴 하지만 중국 개발사 킹넷이 개발을 해 중국계 게임에 포함됐습니다.
또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센추리 게임즈의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이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2위, 퍼스트펀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3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00년대 우리 게임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자, 중국 기업들은 유통권을 확보하고 유사한 작품을 개발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국내에서 중국 게임을 낮은 완성도로 평가절하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은 상당한 게임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텐센트를 변화의 대표 사례로 꼽았습니다. 전 교수는 "텐센트는 과거 엔씨와 넥슨 등 국내 게임사를 찾아다니며 중국 서비스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던 기업"이라며 "넥슨의 '카트라이더'와 유사한 'QQ스피드'를 내놓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를 유통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중국 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 확보한 수익을 개발에 재투자해 독자적인 IP와 역량을 쌓았습니다. 일례로 전 교수는 손오공의 털 하나하나까지 정교하게 구현한 '검은 신화: 오공'을 들어 완성도가 크게 높아진 사례로도 평가했습니다. 과거 한국 게임 유통에 머물던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로 발돋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0일 기준으로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20에 중국계 게임 8개가 랭크됐다. (이미지=구글플레이 캡처)
4X 전략 게임 급부상에 광고 경쟁까지…국내 업계 부담 가중
센서타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광고 노출 점유율과 관련해 4X 전략 장르는 약 1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 중 '킹샷'은 21%,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18%로 집계됐는데요.
중국 게임사들은 출시 초기뿐 아니라 흥행 이후에도 광고를 지속하며 신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또 운영도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화이트아웃 서바이벌은 신규 캐릭터와 시즌별 이벤트, 경쟁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이용자의 참여와 결제를 유도했습니다.
이에 국내 게임사의 부담은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모바일게임 다운로드는 약 2억1000만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해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둔화했는데요. 중국 게임이 상위 매출과 광고 노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아울러 오랫동안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엔씨의 '리니지M' 등 국내 게임사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매출을 주도해 왔는데요. 하지만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월 '4X(탐험(eXplore), 확장(eXpand), 자원 개발(eXploit), 적 제거(eXterminate)) 전략 게임' 장르의 매출이 7000만달러(약 937억원)를 넘어서며, 9년간 매출 1위 장르였던 MMORPG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킹샷, '라스트 워', '라스트 Z' 등은 대표적 4X 전략 게임들입니다. 이들 게임은 기지 건설과 자원 확보, 연맹 간 경쟁에 육성 요소와 간편한 플레이를 결합해 MMORPG와는 다른 방식의 장기적 이용 및 결제를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30일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에 오른 중국 게임 8개 중에서 5개는 4X 전략 게임이 차지했습니다.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 베트남, 튀르키예 등 국가들이 게임 트렌드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생각한다"며 "캐주얼 요소와 육성, 전략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게임이 매출 상위권의 한 축이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게임 화면. (사진=화이트아웃 서바이벌 게임 캡처)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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