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한수원·대우·두산' 결별…26조 체코 원전 '차질'
총액확정·공사비 감액·위험 분담 이견…입찰 단계부터 삐걱
내년 7월 신규 시공사 선정 목표…일정 지연·대외 신뢰 회복 관건
2026-10-29 18:13:06 ㅣ 2026-10-29 18:26:19
[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이 26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 계약 협상을 끝내면서 사업 추진에도 변수가 생겼습니다. 양측은 입찰 단계부터 공사비와 계약 조건을 놓고 이견을 보였고, 체코 발주사와 주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약 1년 6개월간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시공사 교체에 따른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 가능성을 관리하면서 해외 발주처의 신뢰까지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계약 방식 이견 못 좁혀…15개월 협상 끝 결렬 공식화
 
29일 한수원에 따르면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 두코바니에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총사업비는 4220억코루나로, 지난해 6월 기준 약 27조원 규모입니다. 한국형 원전의 유럽 시장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큰 사업이지만, 국내 시공사와의 계약은 주계약 체결 이후에도 마무리되지 못했습니다.
 
한수원은 시공사와 15개월 동안 최고경영자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를 진행했지만 공사비와 계약 조건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체코 발주사와의 약속을 고려해 협상 시한을 10월 말로 정한 한수원은 추가 연장 없이 이날 협상 종료를 공식화했습니다.
 
최일경 한수원 부사장은 "협상 과정에서 입장 차이는 어느 한편의 귀책에 의한 것이 아니라 계약 조건, 책임 분담 및 이행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기업 간 자율적 상업적 판단의 결과"라고 부연했습니다.
 
갈등의 시작은 수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수원은 2018년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사전 선정하고 팀코리아 공동협력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최초 입찰과 2023년 수정 입찰에서 1개 호기 기준 계약 금액과 조건을 협의한 것과 달리, 2024년 4월 2개 호기 최종 입찰 단계에서는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합의가 불발된 배경으로는 계약 방식에 대한 이견이 꼽힙니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승인 시점의 기준 물량을 토대로 총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상세설계에 따른 물량 변동을 정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최 부사장은 "최초에 입찰에 들어갔을 때 발주사가 총액 확정 방식의 계약을 요구했고 이를 한수원, 대우·두산 컨소시엄이 모두 그 총액 확정 방식에 동의했다"며 "그런데 2024년에 대우 컨소시엄만 한수원에 그동안 얘기했던 총액 확정 방식을 고수 못 하겠고 물량을 정산해 주는 방식으로 해달라고 제의서를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사비 감액 요구를 둘러싼 시각차도 드러났습니다. 한수원은 외부 전문 기관의 검증에서 확인된 단가·간접비 과다 산정과 중복 계상 등을 조정하려는 것이며, 추가로 확인된 업무 범위와 물량 변동 위험도 협상안에 반영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시공사 측은 한수원이 총액 확정 방식을 고수하면서 공사비와 단가 감액을 요구하고, 주계약자인 한수원의 설계 책임이나 발주사의 부지 제공과 관련된 위험까지 시공사에 부담시키려 한다는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한수원은 계약 원칙과 공사비 검증 결과를 근거로 협상 종료를 결정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물량 변동과 공사비 조정에 따른 부담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강 교수도 양측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하면서 시공사의 수익성 문제를 짚었습니다. 
 
대형 해외 원전 사업에서 공사비와 위험 분담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계약이 결렬된 가운데, 협상력 차이가 큰 공기업이 계약 조건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상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어 누가 맞고 틀린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조정 요인이 생기면 중간에 반영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손해를 보면서 사업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 (사진=AP/뉴시스)
 
공백 최소화 관건…체코 신뢰·원전 수출 영향 주목
 
향후 관건은 사업 공백을 얼마나 줄이느냐입니다. 한수원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로 신규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7년 7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당초 2028년 1월로 예정된 부지 정지 공사 일정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새 시공사가 기존 설계와 인허가 내용을 신속히 파악하고 현지 업체와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시공사 교체가 실제 공정에 미칠 영향은 지켜봐야 합니다. 한수원은 재입찰에 따른 비용과 일부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주계약 금액 범위 안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외 신뢰도 역시 부담입니다. 원전 사업은 계약 체결 이후 설계·건설·운영까지 장기간 협력이 이어지는 사업입니다. 국내 기업 간 계약 갈등으로 사업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체코 발주처의 신뢰는 물론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강 교수는 "우리 내부 사정으로 사업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며 "상황이 급변해 조건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체코 원전 사업의 적기 추진을 위해 사업 관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최 부사장은 "최우선 과제는 적기 준공을 위해 산업통상부와 정부, 한수원, 한국전력 등이 함께 사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산업통상부도 사업 일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수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2027년 4월 건설허가 신청과 2029년 1월 부지 정지 착수라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이런 이유로 오랜 협상을 마무리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한국수력원자력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중 협약을 공식 종료할 예정입니다. 신규 시공사와는 내년 7월까지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기존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도 신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최종 시공사는 국가계약법에 따른 심의 절차를 거쳐 선정됩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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