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조선업이 일자리를 만드는 울산 동구에서, 주민이 오래 머물 조건은 무엇일까. 취임 100일을 넘긴 천기옥 울산 동구청장은 보육·교육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을 구하고 교육을 고민하는 일을 가정에만 맡겨서는 젊은 세대의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천 구청장은 지난 23일 구청장실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인구를 잘 지켜내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무엇보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천기옥 울산동구청장이 지난 23일 구청장실에서 가진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지자체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울산 동구청)
그는 “보육과 교육을 개별 가정의 책임이라고 손 놓을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젊은 부모들이 교육과 양육 문제 때문에 동구를 떠나지 않고, 아이들이 이곳에서 성장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긴급돌봄은 양육의 부담이 이주의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경조사에도 돌봄이 끊기지 않아야 부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구는 기존 돌봄시설을 활용해 내년 6월 긴급돌봄센터 운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아침식사에도 공공의 역할을 넓힙니다. 내년 하반기 희망 중·고교 1곳에서 ‘1000원 간편식’을 시범 운영할 계획입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을 지원하고 가정의 부담도 덜겠다는 취지입니다.
동구 첫 심야약국과 보건소 업무대행 의사제 도입도 추진합니다. 늦은 시간 약을 구하지 못하거나 의사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을 빚는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구상을 실행하려면 한정된 구비를 어디에 먼저 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천 구청장은 시설 건립을 결정할 때 이후의 운영비까지 따져야 한다고 봤습니다. 그는 “대규모 시설은 건립 이후에도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들고, 국·시비를 지원받더라도 구비 부담이 뒤따른다”고 했습니다. 성과가 있는 사업은 살리고, 통합이 필요한 사업은 정비해 주민 생활에 쓸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입니다.
천 구청장은 “재정 여건이 어렵다는 이유로 필요한 일을 미뤄서도 안 되고, 반대로 보여주기식 사업에 소중한 예산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내년 중 추진할 동구시니어클럽 회관의 방어진문화센터 이전에도 이 원칙이 담겼습니다. 새 건물을 짓는 대신 기존 공간을 활용해 노인 일자리 상담·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용객 증가에 따른 주변 상권 활성화도 도모할 계획입니다.
조선업의 호황을 골목상권의 매출로 연결하는 일도 과제입니다. 천 구청장은 HD현대중공업의 방어진활어센터 화재 복구 지원과 도서관 후원을 상생 사례로 들며 “지역 대기업의 골목상권 이용 등 지역 내 소비를 늘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관광에서도 명소를 찾은 발길이 음식점과 상점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발상입니다. 대왕암공원·일산해수욕장·슬도를 연계해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해안 경관을 둘러보는 방문객을 지역 소비로 끌어들이겠다는 겁니다.
천 구청장은 “주민들의 말씀을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해결책을 만들어내겠다”며 “‘길 위의 구청장’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