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준비 부족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농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는 농지 투기와 관행적 위반을 구분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명백한 투기 목적이 없는 위반 사항은 처분 대상에서 제외하고, 농촌 현실에 맞는 특별조치법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습니다.
송미령 "투기·관행적 위반 구분"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종합 국감에서는 농지 전수조사의 추진 과정과 현장 혼란, 후속 제도 개선 방안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습니다.
야당은 농지 전수조사가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됐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2024년 8월 국회 검토보고서를 근거로, 당시 농식품부가 전수조사의 필요성과 효과가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가 보고한 조사 대상 면적이 올해 5월 115만㏊에서 7월 136만㏊로 바뀐 점을 들어 정책 추진 과정의 일관성과 준비 부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송 장관은 기존 농지대장만으로는 실제 농지 소유와 이용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전수조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 장관은 "당시 농지조사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농식품부에선 2021년도에 농지원부에서 농지대장으로 데이터를 이관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괜찮다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진신고를 할 유인이 없어 농지대장 정보가 현행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기존 자료만으로 농지 이용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 농지제도가 농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는데요. 송 장관은 "제도적 틀 자체가 1996년도 농지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맞지 않아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와 제도개선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농지 전수조사의 목적이 일반 농업인을 처벌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송 장관은 "현장 농업인들을 투기꾼이라고 한 번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며 "현장의 일반적이고 관행적인 농지법 위반은 오히려 저희들이 투기와 갈라내서 바로잡고, 현실과 제도의 간극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촌 현장에서 발생한 혼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묻는 질의도 이어졌습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송 장관이 지난 7일 국감에서 준비 부족에 대해 '제 불찰'이라고 답한 점을 거론하며 고령농의 위탁경작과 상속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따져 물었습니다.
농지 거래 위축 논란엔 "전년 대비 증가"
농지 전수조사가 농지 거래에 미친 영향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이 의원은 올해 2~8월 농지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며 농식품부 제출 자료를 확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송 장관은 "지금 위원님 보고 계신 자료하고 제가 보고 있는 자료가 좀 다른 것 같은데 5월부터 8월까지는 전년 대비 거래량이 1.1% 늘어난 걸로 보고 있다"며 거래가 감소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국민의힘 소속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 전수조사에 따른 농촌 경제 피해 대책 마련과 이재명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는데요. 이들은 올해 2~8월 농지 거래 건수가 전년 동기보다 9134건 감소하고, 농지담보대출 연체금도 1630억원 증가했다며 전수조사의 부작용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농지 소유 규제 완화를 위한 농지법 개정과 농정 담당 인사 교체도 요구했습니다.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 방식에 대한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 기간 개설한 '가짜뉴스 제보센터'와 관련해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까지 가짜뉴스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지 전수조사의 준비와 정책적 검토가 부족했다고 지적한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제시하며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물었습니다.
송 장관은 "이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가짜뉴스로 보고 있지 않다"며 보고서의 지적은 정책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그는 "가짜뉴스하고 이것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재차 설명했습니다.
이날 국감에서는 관행적인 농지 이용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안도 논의됐습니다. 이재관 민주당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실제 소유·이용 현황을 파악하되, 투기 목적이 없는 농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이 "명백한 투기 목적이 아닌 시정 가능한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어떠한 처분도 없다, 맞나"라고 묻자 송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관행적인 비투기성 임대차와 농지 이용을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특별조치법을 연말까지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송 장관은 "그렇다"며 "6일 날 위원님들과 같이 논의도 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농림 분야 드론의 국산화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앞서 지난 국감에서 농지 전수조사에 쓰인 중국산 드론과 러시아산 소프트웨어의 보안 우려가 나왔는데요.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 분야 드론 국산화 로드맵 마련 여부를 묻자 송 장관은 "국산화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송 장관은 "농림 분야에서 사용 중인 드론만 500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올해부터 국산화를 촉진하기 위한 연구·개발(R&D)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6월 총리 주재로 논의된 국가 드론 발전 추진 전략에 농식품부도 조만간 참여해 범정부 차원의 국산화 추진에 힘을 보태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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