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이 거센 풍랑 속으로 밀려들고 있다
. 시중은행 전산망 해킹과 연이은 개인정보 유출로 보안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 금리 상승 여파로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 여기에 자본시장 내 변동성 확대까지 시장 전반에 경고음이 요란하다
. 금융 안전판을 자처하는 금융감독원이 단 일초의 방심도 허용할 수 없는 비상시국이다
.
그러나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언행은 민심의 정서와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산적한 위기 현안 속에서 그가 유독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뜻밖에도 내부 '재취업 규제' 완화였다. 이 원장은 “금감원은 민간 신분이지만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4급 이상 직원들부터는 퇴직 후 재취업 심사를 받게 돼 있다”면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련된 부분은 해소해 주실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2급 이상부터 제한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황당하다. 지금이 과연 조직의 밥그릇과 퇴직 후 거취를 공론화할 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금감원은 국민으로부터 강력한 감독권과 조사권을 부여받았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지도하고 불공정 거래를 감시하는 전방위 파수꾼이다. 퇴직 후 피감독기관으로 자리를 옮기는 행위를 엄격히 차단하는 것은 최소한의 윤리적 안전장치이자 피할 수 없는 책무다. 퇴직자가 관성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로비스트로 변신하는 전관예우의 폐단을 막기 위한 핵심 장치이기도 하다.
한국은행과의 평면적 비교 역시 감독기구의 독특한 특성을 간과한 논리다.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는 한국은행과 개별 금융사에 직접적인 칼자루를 휘두르는 금감원의 업무는 궤를 달리한다. 특히 4급 직원은 현장 점검과 실무 검사를 전담하는 핵심 인력이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기준은 촘촘할수록 타당하다. 규제 완화를 건의하기에 앞서 전관예우 차단과 철저한 자정 노력부터 증명해야 하는 이유다.
발언의 타이밍 또한 심각하게 부적절했다. 금융권의 허술한 보안망 때문에 국민 자산이 위협받고 주식시장은 요동치며 서민들은 대출 이자 압박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시기에 중차대한 시기에 금융감독 수장이 공식석상에서 직원 재취업 언급이나 하는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금융 감독의 권위는 엄정한 자성과 자기쇄신에서 비롯된다. 금융 악재로 고통 받는 서민과 투자자들 앞에서 직원 밥그릇부터 지키는 항변은 어떠한 설득력도 얻을 수 없다. 지금 금감원에 필요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아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금융시장의 안정이다. 구멍 난 금융 보안망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엄단해야 한다. 그리고 무너진 금융 소비자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부터 깊이 성찰해야 한다. 금감원이 본연의 임무를 잊고 제 몫 챙기기에 골몰할 때, 그로 인한 시장 혼란과 피해는 온전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김의중 금융부 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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