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000660)가 증설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도 잇따라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은 경쟁사보다 증설이 늦어지면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를 거듭 나타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군공항 부지에서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예정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9일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주요 경영진과 함께 광주 군공항 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를 찾았습니다. 부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준비 상황을 점검한 최 회장은 “지금 빠른 속도로 반도체 수요가 늘기 때문에 그걸 쫓아가는 공급 속도를 더 빨리 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증설 필요성을 다시 언급했습니다. 최 회장은 ‘제38회 상하이시 시장 국제기업가 자문회의’ 현장에서 “중국 (업체들)이나 미국 마이크론이 더 빠른 속도로 증설해 버리면 우리나라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광주 외 지역으로도 생산시설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일본 등 해외 증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스터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최 회장이 연일 증설을 강조하는 이유는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BM뿐 아니라 서버용 일반 D램 수요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4분기 일반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상승하고, 내년에도 수요 증가 속도가 공급 확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옴디아도 HBM 생산 확대로 일반 메모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면서 2027년까지 공급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HBM은 일반 D램과 같은 생산량을 확보하는 데 최소 두 배 이상의 생산능력이 필요합니다. HBM 생산에 설비가 집중되면서 일반 D램의 공급 여력이 제한돼 추가 증설 필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업체들도 생산시설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공급 물량 대부분의 계약을 마친 가운데 설비투자를 늘리고, 미국 아이다호 공장에서 웨이퍼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대만 난야는 2029년까지 최대 3466억대만달러를 투자하고, 중국 창신메모리(CXMT)도 지난달 5세대 D램 양산에 들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쯔메모리(YMTC)는 내년 우한 공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월 5만장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샌디스크도 지난 7월 차세대 낸드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최 회장의 증설 주문에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경쟁사에 시장점유율을 내주지 않겠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은 그동안 낮게 유지됐던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며 “시장은 성장세 둔화를 우려하지만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와 설비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설비투자 확대와 함께 장기공급계약을 늘리고 있습니다. 메리츠증권은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가 올해 49조원에서 내년 61조원으로 약 24%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월 핵심 고객을 포함한 10여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LTA)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005930)도 기존 분기·연 단위 공급계약을 3~5년으로 늘리고, 전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장기공급계약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공장 증설에 필요한 부지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최 회장은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가능한 공사부터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착공 시점은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최 회장과 만난 직후 SNS를 통해 “부지와 전력, 용수, 인허가, 정주 여건과 인재까지 가능한 모든 준비를 앞당기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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