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탈북 배경 학생들이 다니는 학력 인정 대안학교인 여명학교의 새 교사 건립을 예정대로 추진합니다. 학교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민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한편 현재로선 사업 변경이나 백지화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입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옛 염강초등학교 부지에 위치한 여명학교 출입문. (사진=뉴스토마토)
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가양동 옛 염강초 부지 일부에 여명학교 교사를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여명학교는 지난 2023년부터 옛 염강초 건물을 임시로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 기한은 내년 2월까지입니다. 이후 다시 교사를 옮겨야 하지만 마땅한 이전지는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 내 폐교 7곳을 검토한 끝에 옛 염강초 부지를 적정지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지난 7월 통일부·서울교육청·현대자동차그룹·사단법인 여명은 새 교사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학교 측 100억원과 현대차그룹 60억원 등 민간 재원 160억원으로 건물을 지어 서울시교육청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입니다.
"임시 사용 약속 달라져"…교육청 "주민 동의 의무 없어"
하지만 여명학교의 새 교사 건립을 두고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당초 임시 사용하기로 했던 부지가 장기 사용으로 바뀐 점과 주민설명회보다 업무협약 체결이 먼저 이뤄진 점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인근 주민 A씨는 "탈북 배경 학생들이 공부할 학교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만 한시적으로 사용한다고 했던 부지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서 주민 입장에서는 약속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항의성 민원에 대해 교육청은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가되 동의를 받아야 할 법적·행정적 의무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법적인 협의 주체는 아니다"라며 주민 반대가 계속될 경우 사업 변경이나 무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여명학교 복도에 전시된 학생의 그림 작품. 북한 학생의 모습과 아래에는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형상화 돼 있다. 황희건 여명학교 교감은 학생들이 북한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앞서 여명학교는 2019년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당시 후보지는 아파트 단지에 딸린 편익시설 부지로 주민 동의가 필요했던 반면, 현재 옛 염강초 부지는 서울시교육청 소유의 학교용지라는 게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장 "아이들 더 이상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이처럼 학교와 교육청이 현 부지 건립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학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도 건립 촉구에 나섰습니다. 7일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여명학교 건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261개 시민·교육·종교단체로 구성된 공동행동은 전국 약 3만명이 건립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조명숙 교장은 "여명학교 학생들은 공부하는 공간을 잃을까 봐, 혹시라도 주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피해가 되는게 아닐까 위축돼 있다"며 "학생들이 더 이상 움찔거리거나 사람들을 피해 다니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여명학교 교사 건립은 사전 건축기획과 공공건축심의, 교육청 공유재산심의 등을 거쳐 서울시의회의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교육청은 관련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9년 상반기 준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체적인 공익 목적과 탈북 학생들을 지원해야 할 교육청의 의무에 따라 추진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민들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간담회 등을 통해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줄 왼쪽부터) 안상진 교육의봄 부대표,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 엄에스터 여명학교 졸업생이 7일 오전 서울시의회 앞에서 여명학교 현 부지 학교 건립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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