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달아오른 글로벌 투자 경쟁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고 작업하는 ‘피지컬 AI’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로봇·피지컬 AI 스타트업 투자액이 지난해 연간 규모를 이미 넘어서는 등 자금이 몰리면서, AI 경쟁의 무대도 제조·물류 현장으로 넓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에서도 피지컬 AI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와 산업 적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6일 글로벌 투자정보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로보틱스·피지컬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334억달러(약 47조원)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연간 투자액 287억달러(약 40조원)를 반년 만에 넘어선 규모입니다. 하반기 들어서도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독일 산업용 로봇 스타트업 롭코(RobCo)는 최근 4000만달러 규모의 주식 거래에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지난 1월 1억달러 투자 유치 당시 약 5억달러에서 9개월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2020년 독일 뮌헨공대 연구진이 설립한 롭코는 산업 고객에게 지금까지 1000대 이상의 로봇을 판매했습니다. 최근에는 두 개의 팔을 갖추고 스스로 학습하는 로봇 ‘알피(Alfie)’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달리 AI를 이용해 새로운 작업에 적응하는 방식입니다.
자동차업계는 피지컬 AI의 주요 수요처인 동시에 투자자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BMW는 롭코의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롭코 투자자에는 스텔란티스 오너 일가가 지원하는 투자회사 링고토와 폭스바겐이 자금을 댄 벤처캐피털 라이트모티프 등이 포함됐습니다. 제조업의 인력 부족과 생산성 향상 수요가 AI 기술 발전과 맞물리면서 로봇의 적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피지컬 AI 투자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한국도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피지컬 AI 관련 예산은 2025년 426억원에서 올해 1758억원, 내년 정부안 기준 4622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2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증가하는 셈입니다. 내년에는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400억원, 데이터 시뮬레이션 플랫폼에 150억원, 트레이닝센터 구축에 400억원, 국가 제조데이터 라이브러리에 230억원 등이 편성됐습니다. 모델 개발뿐 아니라 실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산업 현장에서 학습·실증하기 위한 기반 구축에도 투자가 이뤄집니다.
투자는 실제 제조 현장을 겨냥한 기술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총 연구개발비 989억원 규모의 피지컬 AI 관련 국책과제 2건에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국산 AI 반도체를 탑재한 협동로봇과 양팔 작업이 가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를 개발해 두산에너빌리티 원전 기자재 용접 현장에서 실증한 뒤 조선·플랜트·방산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자동차를 중심으로 축적한 제조 기술과 공급망은 한국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뒷받침할 강점으로 평가됩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전기모터와 센서, 제어장치, 정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쌓은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완성 로봇 생산과 핵심 부품 공급을 통해 2035년 글로벌 휴머노이드 생산의 30%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제조 기반과 투자 확대만으로 피지컬 AI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핵심은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작업하며 축적하는 학습 데이터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중국 업체가 1만2000대 이상으로, 미국 약 450대와 한국 약 170대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실제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장에 투입되는 로봇이 늘수록 다양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모델 학습에 활용할 수 있어 상용화 속도에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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