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지분 매각에 헐거워진 SK 지배력…거버넌스 시험대
최태원, SK㈜ 주식 매각…지분율 15%대로
소액주주 영향력 커질듯…거버넌스에 영향
경영권 방어는 ‘안정적’…“15%가 마지노선”
2026-10-05 12:47:27 ㅣ 2026-10-05 14:48:1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지급할 재산분할액 9440억원 마련을 위해 지주사 SK(034730)㈜ 지분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기업 거버넌스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총수가 보유한 지분이 대폭 줄어든 만큼, 다른 주주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져 이사회 등 거버넌스 통제력 관점에서의 방어 여력이 떨어진 탓입니다. 다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의결권 지분율이 30%를 넘겨 경영권 수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소송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11월2일 보유하고 있는 SK㈜ 주식 165만3924주(지분율 2.3%)를 매각합니다. 이번 매각을 통해 최 회장이 확보하는 금액은 9440억원으로 법원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선고한 재산분할액과 동일한 규모입니다. 최 회장은 9440억원 중 5440억원은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40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 대상 PRS(주가수익스왑)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계획입니다. 주식 매각이 완료될 경우 최 회장의 SK㈜ 지분율은 17.8%에서 15.5%로 낮아집니다. 당초 재산분할액 마련 방안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실트론 지분 매각도 거론됐지만, 반도체 핵심 계열사의 지분 거래가 총수 개인 이슈와 엮인다는 부담과 당장의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 등이 고려돼 SK㈜ 지분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주식 매각을 시장과 회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한 최 회장의 결단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정규장에서 일시 매도하는 방식이 아닌 전략적 투자자와 증권사 대상 PRS 매각이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래라는 해석입니다. 또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특수관계인 포함 의결권을 30% 이상 확보한 점 역시 경영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최 회장 지분율이 낮아진 탓에 이사회 등 거버넌스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총수의 SK 지배력이 헐거워진 탓에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이사회 흔들기나 주주환원 압박 강도가 거세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또한 총수 지분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경영권 방어나 표 대결에서 우호 세력을 결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리스크도 커지게 됐습니다. SK는 과거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분 14.99%를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한 이른바 ‘소버린 사태’의 아픔을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다만,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이 경영권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주식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최 회장은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 지위가 굳건한 상태인 데다 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율도 22.9%로 20%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 기준 지분율은 30.5%을 유지하게 돼 경영 기반 수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8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SK㈜의 2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7.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3대 주주는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6.66%)입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보통 총수의 경영권 방어 마지노선 지분율을 15%로 보는데, 우호 지분까지 합치면 경영권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여력이 된다”면서 “최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할 마지노선을 확실히 지키고,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한 단기 현금 확보로 지분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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