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이수정·차철우·이혜지 기자]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자사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브랜드를 운영 중인 가맹사업자(점주)에 대해 언론과의 접촉 차단을 지시한 정황이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회사는 점주들에게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를 공지한 것에 대해 “설문 참여나 의견 표명을 제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인터뷰는 진행하지 말라”는 문구 등이 포함돼 있어 사실상 취재 거부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달 20일 오후 SPC그룹 계열사인 비알코리아 소속 프랜차이즈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긴급안내 언론사 기자 방문 관련’이란 문자메시지가 발송됐습니다. ‘긴급안내’에는 “일부 점포에 언론사 기자가 방문하여 설문지 및 명함을 전달하고 점포에 인터뷰를 요청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긴급 안내드린다. 유사한 방문이 있을 경우 별도 인터뷰는 진행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방문 일시 △언론사명 및 기자명 △방문 및 요청 내용 △점포 응대 내용 △기타 특이 사항 등을 작성해 담당 SV(슈퍼바이저)에게 즉시 연락하라는 지침도 있었습니다. 기자 명함 및 설문지 등에 대한 사진 촬영 후 공유하라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또한 회사는 ‘가맹점 대상 외부 설문조사에 대한 안내’를 통해 던킨과 배스킨라빈스 가맹점주들에게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도 공지했습니다. 회사는 점주들에게 “조사 주체와 조사 목적, 답변 내용의 활용 범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응대해 달라”며 “개별적으로 설문이나 취재에 응할 시 점주들의 본래 의도와 다르게 악용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는 △개별 응대 자제 및 요청자 신분 확인(언론사 담당자 명함 확보 및 문의 내용 확인) △본사 공유(담당 SV에게 확인 내용 공유) △본부 차원의 소통 및 대응 등의 과정으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자사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브랜드를 운영 중인 가맹사업자(점주)에 대해 언론과의 접촉 차단을 지시한 정황이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점주 입막음 지적에 SPC "점주 보호 차원"
SPC 그룹은 이 같은 공지를 내린 목적에 대해 “가맹점주의 설문 참여 여부나 의견 표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현황을 안내하고 브랜드와 가맹점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지만, ‘점포 응대 내용’까지 요청한 점은 사실상 점주의 입단속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입니다.
회사 공지 이틀 전인 18일 <뉴스토마토> 기자들은 ‘SPC 프랜차이즈 점주 만족도 조사’를 위해 서울(중구·용산·마포·서초·은평·동작) 및 경기(고양·김포·의정부·파주) 지역 소재 SPC 매장들을 방문한 바 있었습니다. 취재 윤리에 따라 기자들은 본인 신분을 증명할 명함과 설문지를 전달하면서 취재 의도를 점주들에게 설명했고, 자율적인 조사 참여를 정중하게 부탁했습니다. 회사 조치는 불과 취재 이틀 만에 내려온 조치였습니다. SPC 그룹은 “설문조사와 관련 안내는 설문에 대한 많은 가맹점들이 가맹본부로 문의가 와 안내한 것”이라며 “설문 참여나 의견 표명을 제한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한 점주는 “본사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며 개탄했습니다. 점주협의회에 참여하는 점주에게는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또 다른 점주는 “점주는 본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서 이러한 공지가 내려오면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 이후 대면 설문조사 과정에서 점주들은 위축된 모습을 여럿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설문 참여는 사양하면서도 “유동 인구는 많지만 소비가 줄어 매출이 떨어졌다”, “매장 출점 수가 너무 많아 걱정이다” 등 구두로 고충을 토로하는 점주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된 설문조사에는 △배스킨라빈스 135명(83.9%) △던킨 26명(15.5%) △파리바게뜨 1명(0.6%) 등 총 163명이 참여했습니다.
비알코리아 소속 배스킨라빈스와 던킨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의 이른바 '입막음' 매뉴얼이 5년 만에 부활했다는 지적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점주 입단속 매뉴얼 5년 만에 부활…SPC “홍보부서 컨택 요청한 것”
그런데 SPC의 ‘언론사 취재 요청 대응 가이드’,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21년 ‘공장 비위생’ 문제 및 대응 미비로 구설에 휩싸였던 SPC 그룹 비알코리아는 가맹점주들에게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가이드를 공지한 적이 있었던 겁니다. 해당 매뉴얼이 배스킨라빈스 및 던킨 모두에 적용된 점도 이번과 동일합니다. 점주 ‘입막음’용 언론 대응 매뉴얼이 5년 만에 부활한 겁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점주들에게 기자들과 접촉하지 말라고 요구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 시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본사의 보복 조치는 형사처벌 등의 제재가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본사가 가맹점들을 자신들이 통제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SPC그룹 관계자는 “각 브랜드 가맹본부는 평소 언론의 취재 문의 시 가맹본부 홍보 부서를 통해 응대할 수 있도록 가맹점에 안내하고 있다”며 “홍보 부서가 문의를 한 언론사와 컨택할 수 있도록 연락처를 전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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