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 성적표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투자와 고용, 임금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내수가 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출이 사실상 지난해 한국경제를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수출은 4674억달러, 무역 흑자는 417억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수출은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지난 2008년과 비교해 4.3% 증가한 수치다.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의 수출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수출 증가세는 눈에 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민간연구소는 물론 정부도 올해 수출을 낙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있다. 수출 증가세의 둔화로 무역 흑자가 약 40%정도나 감소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 올해 무역흑자 250억 달러..작년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 예상
정부는 올해 수출이 5130억달러, 수입은 48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과 수입을 합친 총 무역규모로는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서는 기록이다.
하지만 수출 증가세는 크게 꺾였다. 올해 수출은 지난해보다 9.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지난해 수출증가율은 28.6%의 절반도 안되는 증가세다. 수입증가율 역시 전년의 31.8%에 비해 크게 둔화된 14.6%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데다, 수출보다 수입이 가파르게 증가해 무역 흑자 폭도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식경제부와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전망한 올해 무역흑자는 각각 250억달러와 249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흑자 417억달러 흑자보다 40%나 줄어든 금액이다.
◇ 원자재값 급등·내수 회복으로 수입 빠르게 증가 예상
수입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철광석과 원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입증가와 물가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병화 지식경제부 수출입과장은 "현재 90달러 이상의 유가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 본다"면서도 "올해도 80달러 이상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올해 유가가 2008년처럼 100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경제의 빠른 회복세도 수입 증가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기가 좋아지면 원자재와 재화, 서비스 수입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태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경제가 올해 세계 평균보다 좋을 것이라 본다"며 "성장률, 재정문제, 고용 등 대부분 면에서 긍정적이다"고 예측했다.
◇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변수' 여전
대외적 불안 요인도 우리나라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가부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글로벌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거나 최악의 경우 다시 경기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 세계 경기회복이 기대보다 늦어지면 우리 기업의 상품 수출도 속도를 내기 힘들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긴축 정책을 펴고 성장세도 크게 꺾일 것으로 보여 한국산 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0% 넘는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성장률이 한자리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불안도 여전하다. 미국은 고용과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 시장에 풀린 대규모 유동성이 변수다.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 유동성이 증가했지만 성장에 도움이 안될 경우 물가불안이나 버블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경기 불안으로 세계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 '환율전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원화가 절상될 경우에도 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도 ▲환율분쟁 ▲미국의 고용·주택경기 회복세 둔화 ▲유럽 재정위기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을 3대 대외 불안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급격히 높아진 '북한 리스크' 같은 대내적 변수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외부, 내부의 불안요인이 커질 경우 수출 증가세는 더욱 둔화될 전망이다.
◇ "수출·무역흑자 무난한 수준" 낙관론도
올해 수출이 지난해 수준의 호조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무난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작년 수출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 감소세는 필연적이지만 그래도 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둔화되는 느낌이 들 뿐 무난하게 잘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욱 한국경제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2011년 무역수지 전망은 큰 폭의 흑자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무역흑자와 적자는 균형을 이루는게 좋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출 증가폭 둔화는 지난해 수출이 워낙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수치 자체만 봤을때는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김 연구부장은 "올해 무역흑자 감소는 수출이 줄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더 많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모양새는 경제가 나쁘다는 인상은 전혀 아니다"라고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 수출 중국 편중 심각.."시장 다변화해야 "
그러나 대외적인 불안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무역 증대를 위한 다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병화 지경부 수출입과장은 "수출이 중국에 편중되는 것은 문제"라며 "시장의 다변화에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 중국 수출은 전년대비 35.2% 증가하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 자리를 굳혔다.
또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동안 반도체와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자동차 등의 품목이 사실한 국내 수출과 무역흑자에 큰 기여를 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비 63%, 자동차부품 62%, 자동차 39%, 석유제품 37%를 기록하며 최대 호황을 누린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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