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LG(003550)가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하는 ‘원(One) LG’ 전략으로 엔비디아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듭니다. 내년 1분기 엔비디아의 ‘아이작 그루트(Isaac GR00T)’를 기반으로 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를 공개하고, 자체 제조 현장에서 실증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휴머노이드에는
LG전자(066570)·
LG이노텍(011070)·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액추에이터와 센서, 배터리 등 제조 기술 역량을 집중 투입합니다.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선두 업체들이 휴머노이드의 공장 투입과 양산 준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LG도 계열사의 부품·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AI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구광모 (주)LG 대표(오른쪽)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왼쪽)가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미니어처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로봇은 LG가 선물한 것으로, 구광모 대표와 젠슨 황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의 사인이 담겨있다. (사진=LG)
LG와 엔비디아는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엔비디아 본사에서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협약식에는 구광모 ㈜LG 대표와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습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등 3대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합니다. 엔비디아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황 CEO는 구 대표를 만나 “리얼! 잇츠 리얼!”이라고 말했고, 구 대표도 웃으며 “리얼”이라고 화답했습니다.
‘휴머노이드’에 LG계열사 역량 결집
LG는 내년 1분기 엔비디아의 개방형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 아이작 그루트를 기반으로 개발한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합니다. 로봇에는 온보드 컴퓨팅과 추론·제어를 담당하는 엔비디아의 ‘젯슨 토르(Jetson Thor)’, 로보틱스용 통합 안전 시스템인 ‘헤일로스 포 로보틱스’가 적용됩니다. LG전자가 액추에이터(Actuator)를, LG이노텍이 센서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각각 맡습니다. 한마디로 엔비디아의 AI ‘두뇌’에 LG의 부품 기술로 만든 ‘몸체’를 결합하는 구조입니다.
이 가운데 로봇 관절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는 LG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을 로봇으로 확장한 분야라는 설명입니다. LG전자는 가전제품에 탑재되는 모터와 드라이버를 직접 설계·생산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용 감속기 내재화를 추진하고, 모터와 드라이버, 감속기를 통합한 액추에이터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창원공장에 로봇용 액추에이터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초도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류재철 LG전자 사장도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AI 팩토리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최적화 플랫폼인 ‘DSX AI 팩토리’ 아키텍처에 LG전자의 냉각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LG유플러스의 설계·운영 역량, LS의 전력 솔루션을 결합합니다. 2027년 상반기에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냉각·전력·정보기술(IT)을 적용하고 검증할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합니다. 2028년 상반기 충남 천안에 80메가와트(MW) 규모의 AI 팩토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에 LG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와 차량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합합니다.
계열사 역량 연결 ‘피지컬 AI 스택’ 주목
LG가 휴머노이드 등 미래 AI 생태계에서 내세우는 강점은 계열사별 기술과 사업 기반을 하나로 묶은 ‘원(One) LG’ 체계입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LG의 강점으로 그룹 차원의 ‘피지컬 AI 스택’을 꼽은 바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LG전자의 로봇 사업 전략은 기존 가전 생태계를 이동형 AI 서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라며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AI 데이터센터 냉각, 차량용 솔루션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 단순 하드웨어 제조기업이 아닌 피지컬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피지컬 AI 등 미래 AI 생태계에서 주요한 영역으로 꼽히는 사업을 각 계열사가 영위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한데 묶어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LG의 구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LG는 로봇 부품과 제조, 스마트팩토리, 배터리 등 피지컬 AI에 필요한 사업 기반을 그룹 안에 대부분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엔비디아의 AI 모델과 시뮬레이션, 컴퓨팅 기술이 더해지면 로봇 개발부터 현장 실증과 데이터 확보까지 사업화 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발한 로봇을 자체 제조 현장에서 곧바로 검증할 수 있다는 점도 LG의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LG는 올해 안으로 휠 베이스 형태의 ‘LG 클로이드’를 LG전자 미국 테네시 공장 세탁기 생산라인에 투입해 실증에 나섭니다. 이후 글로벌 생산시설을 거쳐 가정과 상업 공간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LG CNS의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를 활용한 데이터 체계도 구축합니다. 현장에서 피지컬 AI 데이터 팩토리를 구현하고, 여기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실증 경험을 자체 개발 중인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에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구 대표는 “양사의 협업이 속도를 내면서 AI 팩토리, 피지컬 AI, 모빌리티 분야에서 함께할 과제가 명확해졌다”며 “산업을 선도하는 레퍼런스 구축을 통해 AI 확산을 가속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황 CEO는 “LG와 엔비디아는 수년간 이어온 협력을 바탕으로 LG의 제품 엔지니어링 및 제조 분야 리더십과 엔비디아의 기술을 결합해 로봇, AI 팩토리, 자율주행차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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