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재건축 예정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착공을 앞당기는 조합에 세제·금융 혜택을 몰아주는 신속 공급 방안을 내놓자 현장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주비 대출 문턱이 낮아진 건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대출 비율과 한도는 여전하다는 것에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특히 강남권 조합원은 이주비 산정 기준이 종전과 종후로 나뉜 게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보고, 이미 계산기를 돌려보는 분위깁니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공급 물량의 80%가 몰려있는 재개발·재건축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지원책이 담겼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임기 동안 수도권 정비사업 물량 23만4000가구를 정상 착공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주비 대출 완화…취득세 최대 100% 면제
우선 그간 정비사업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던 이주비 대출 기준을 지난해 10·15 대책 이전 수준으로 복원합니다. 오는 8월 은행업 세칙 개정을 통해 LTV 산정 기준을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중 더 큰 금액을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겁니다. 현재 총사업비의 6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 운영 중인 PF대출보증 한도 특례는 2027년까지 1년 더 연장합니다.
세제 혜택도 눈에 띕니다. 정부는 재개발 시행자가 현금청산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를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취득일로부터 2년 내 착공하는 경우 감면해주기로 했습니다. 특히 내년 매입분은 취득세 전액 면제가 가능합니다. 2028년 매입분은 75%를 깎아줍니다.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2028년 내 착공한 조합의 임대주택 인수가격은 기본형건축비의 80%에서 100%로 한시 상향합니다. 5년 내에 전체 세대수의 3분의 2 이상을 전용 60㎡ 이하 소형주택으로 공급하는 1000세대 이상 단지는 공원·녹지 기부채납 기준을 세대당 3㎡에서 2㎡로 낮춰줍니다.
절차적인 문턱도 낮아집니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은 현행 토지등소유자 75%·토지면적 50%에서 재건축 수준인 70%·50%로 완화합니다.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67%에서 60%로 낮아집니다. 다만 이 두 조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의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시공사 관련 절차도 줄였습니다. 일반경쟁 입찰에서 단독 응찰이 나오면 재입찰 공고 후 입찰서 제출 마감 기한을 단축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고, 시공사가 입찰보증금을 납부할 때 현금 외에 보증서로도 낼 수 있도록 허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조합 내홍 사태를 줄이기 위해 조합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총회 소집을 미루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감사나 조합원 대표가 대신 소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만약 조합 내 갈등이 생기면 국토부가 이를 직접 중재할 수 있는 기구도 마련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재개발 사업은 5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가가 조합장을 맡을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강남권 이주비 종전·종후 차이 없을 수도…'셈법 복잡'
정비사업 조합들은 막혔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반응입니다. A정비사업조합 위원은 "이주비 대출을 추가 보증해준다고 하니 정비사업 조합 입장에선 가장 막막했던 곳이 뚫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역별 체감 효과가 다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강북 쪽은 종전자산에서 종후자산으로 평가하면 분명 규모가 올라가겠지만, 강남이나 목동은 두 가지 옵션 차이가 크게 안 날 수 있어 실효성이 불확실하다"며 "이주비 6억 한도 자체는 그대로인 점도 조금 불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부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대목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B 정비사업조합 이사는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려면 조합원 지위를 털고 집을 팔 사람들은 빨리 나가야 하는데, 지위양도 제한이 풀리지 않아 절차가 지연이 여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책이 정비사업에 윤활유가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서울시 공급을 단기간에 대폭 확대하는 데 유의미한 도움이 될지 미지수라고 평가합니다. C 대형건설사 주택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정부가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시공사 선정 속도와 기부채납을 줄이는 부분을 보면 세대수를 많이 늘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비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결과가 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D 대형건설사 주택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이번 정책으로 정비사업 공급 물량이 많이 늘어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정비사업은 호흡이 매우 길기 때문에 이런 단편적인 것들이 당장 급한 서울지역 공급을 늘려줄 수 있을까는 미지수"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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