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경자유전'의 역설, 출구전략 시급하다
가짜 농민 '조준'…관계부처 협조 체계 완료
농지 독식…‘음성 거래’·‘위장 자경’ 악순환
고령 농촌, 규제·단속만으론 개선 한계
직불금 연동 고령농 은퇴 등 출구전략 시급
양고세 감면·폐지 등 대체입법방안 필요
2026-05-07 17:22:50 2026-05-07 17:22:5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농사를 안 짓는 사람은 농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경자유전’ 원칙에 따라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예고하고 있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특히 규제와 단속만으로는 고령화 농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음성적 임대차’를 양성화할 합법적 출구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7일 관가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를 예정한 농축산식품부는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들과 공적 정보 연동 등 실질적인 협조 체계 구축을 완료했습니다.
 
각 시·군·구 읍·면 단위의 조사 인력 약 5000명 채용은 다음 주까지 완료, 기본 조사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특별사법경찰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이후 올해 하반기 법 개정(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 여부와 맞물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4월20일 경기 이천시 한 묘장에서 관계자들이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사원이 수행하는 조사 자체는 차질이 없는 만큼, 미리 조사하고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특별사법경찰단 설치가 이뤄지면 수사력이 필요한 케이스에 정조준할 계획입니다. 
 
다만, 투기세력 외에 규제·단속만으로는 고령화 농촌의 구조적 결함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을 보면, 국내 농지 임차 면적은 지난 2013년 이후 연평균 약 1만3600헥타르(ha, 축구장 1만9000개 규모)씩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지 임차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지난 2020년 0.66까지 상승하며 10ha 이상 대농들이 임차지를 독식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겁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지 임차면적 지니계수는 2025년 기준으로 0.67 수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 대농의 ‘농지 독식’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농지 거래량은 2021년 대비 49.6% 급감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나온 임차지마저 대농들이 독식하며 청년농의 진입장벽은 역대 최고치에 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청년농과 중소농은 농지를 구할 길을 잃고 지주들은 8년 자경(농업인이 자신의 책임 하에 농업 경영 수행) 양도세 감면 혜택을 지키기 위해 사적인 ‘음성 거래’와 ‘위장 자경’의 유혹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앞선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채광석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러한 실태를 규제와 단속만으로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지주들이 스스로 농지를 공공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는 합법적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23년 4월17일 전남 보성군 한 다원에서 햇차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 연구위원은 “가령 양도소득세 감면제를 개선해 농지은행 등에 장기 임대차를 위탁하고 이를 신고하면 해당 기간 자경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거나 농지연금과 직불금 수급 조건·금액을 연동한 고령농 은퇴 출구 전략을 마련하거나 부채 조정과 농지 장기 임대를 연계한 경영 지원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제범 입법처 산업자원농수산팀 입법조사관은 “개발 가능성이 낮은 지역의 불법 임대차 상당수는 조합원 자격과 노후 자산 등을 지키려는 고령농의 절실함과 땅 한 마지기가 아쉬운 청년·전업농의 현실적 필요가 결합된 구조적 산물인 경우가 많아 조사 과정에서 이런 사례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재범 재정경제팀 입법조사관은 “‘8년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의 거주요건 및 경작요건의 충족 여부 등과 관련해 조세 쟁송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통상 세무조사나 소송 등 단계에서 양도소득세 감면을 확정받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바람직한 대체입법 방안 등의 검토를 제시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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