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반도체 '전력망 고삐'…시작은 '인허가 단축'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실무협의체 가동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 단축 첫발
주민 수용성·지역별 차등 전력 등 과제 수두룩
2026-07-28 17:29:20 2026-07-28 17:46:3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인 ‘전력 인프라 적기 구축’ 사업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전력 공기업, 수요 기업이 참여하는 원팀 실무협의체가 출범하면서 행정절차 신속 처리와 공기 단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초거대 전력 수요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 확보, 재원 조달 구조 다변화, 전력계통 신뢰성 제고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장성군, 한국전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참석하는 ‘호남권 반도체 산단 전력공급 실무협의체’ 착수회의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26년7월14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발전 5사(동서발전, 남부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남동발전) 사장들과 ‘에너지대전환 시대 발전공기업 기능 재편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이번 실무협의체의 핵심 목적은 송전선로 건설의 가장 큰 장애물인 지방정부 인허가 및 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절차를 신속 처리하는 데 있습니다. 전력망 적기 구축 여부가 반도체 라인 증설 및 투자 착수 시점을 좌우하는 만큼, 부처·지자체 간 칸막이를 없애 지연 요소를 최소화할 방침입니다.
 
실무협의체가 ‘행정 지연 예방’ 측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개발 과정의 현실적인 난제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과거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 등에서의 현장 마찰을 고려하면 주민 수용성 제고 및 보상 체계는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될 수 있습니다.
 
송전선로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과의 갈등은 전력망 적기 준공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입니다. 인허가 절차를 단축해도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면 사업은 장기화될 수 있는 우려가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차질 없이 적용해 인허가를 대폭 단축하는 한편, 계획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 상생 협의체’ 구성을 제언하고 있습니다.
 
RE100 연계와 초고품질 전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대책 마련도 요구됩니다. RE100 연계와 초고품질 전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대책 마련도 요구됩니다. 한국전력이 오는 2030년까지 전국 500개 변전소 유휴부지에 총 95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입니다.
 
호남권 반도체 산단의 하루 용수 수요량(65만톤)에 대한 적정성 논란도 고민해야할 부분입니다. 연간 약 2억3725만m³ 수준으로 광주광역시 하루 전체 생활용수 공급량(약 48만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이 수치가 정확히 어떤 가정을 통해 산출됐는지 세부 근거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동진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서남권 반도체 산단의 물공급을 해결하는 두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댐에서 공급량을 늘리는 방법”이라며 “이 경우 댐의 저수율이 떨어지는 가 뭄 상황이 되면 해결책이 없다. 평상시 댐사용권자는 물공급량이 늘어나면 물값 수 입이 늘어나겠지만 댐의 가용수량이 줄어드는 가뭄시에는 책임지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의 다른 물사용자에게 돌아간다. 지속가능하지 못하고 갈등을 키우는 방안”이라며 “다른 하나는 기존의 댐의 취수량을 늘리지 않고 영산강의 수질과 수량을 회복해 수원을 다변화하고 지방상수도를 살려서 기존의 생공용수의 대체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6년 6월29일 광주 북구 첨단3지구에 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한창이다. (사진=뉴시스)
 
최 소장은 “기존 유역 외에서 끌어오던 물을 반도체 산단에 공급하는 것이다. 일종의 수리권 거래이자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전략”이라며 “수질개선과 수원다양화에 기업이 적극 투자하고 유역의 물자급률이 높아지며 지산지소의 분산형 물관리를 추구하는 방안”이라고 제언했습니다.
 
물론 이 방안은 기존 댐에 빨대를 하나 더 꽂는 방식보다 훨씬 더 어렵고 복잡 할 수 있다면서 재배분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간의 조정을 거쳐야 하고 하천 수질 개선을 더해 해수담수화나 추가적인 지하수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첫 번째 시나리오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간단하고 실행하기가 쉽다. 기후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결정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두 번째 시나리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을 포함한 수리권자들과 협의를 하고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얻어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동의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고 상수원 보호를 위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시나리오가 앞으로의 물관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20여 년 동안의 산고 끝에 물관리기본법을 제정하고 물관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서남권 반도체 물 문제는 물관리위원회의 유역통합물관리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 산단 인근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우선 배치하고 입주 기업이 지역 발전사업자와 장기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할 수 있는 인프라도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서성태 기후부 전력망정책과장은 “용인(1단계) 공급 선로 등은 산단 인근 10km 이내의 단거리 선로로 2030년까지 공급 가능하며 호남권 반도체 산단도 앞단의 입지선정, 인허가 절차 등을 최대한 단축해 적기준공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원주 기후부 에너지전환정책실장은 “이번 실무협의체는 기관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를 제거해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다지는 중요한 자리”라며 “반도체 산단에 전력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역량을 총결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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