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훈풍’ 기판업계…소재 가격 상승에 수익성 ‘압박’
AI 슈퍼사이클에 소재값도 ‘껑충’
기판 업계, 하반기 수익성 압박↑
“부품망 점검, 시장 모니터링 중”
2026-08-13 16:54:10 2026-08-13 17:02:17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반도체와 반도체 기판 가격을 끌어올린 데 이어 기판을 만드는 기초 소재 가격까지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반도체 수요 급등에 따른 수급난의 여파가 완제품부터 부품, 소재까지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특히 하반기 원가 부담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점쳐지면서 수익성 압박에 직면한 기판 업계의 대응 전략이 주목됩니다.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가 생산하는 동박적층판(CCL). (사진=두산)
 
13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구리 가격은 톤(t)당 1만4376달러로, 전년 평균 대비 44.56% 증가했습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주요 생산국의 수급 차질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구리 가격 상승은 동박적층판(CCL)을 비롯해 반도체 기판 소재 가격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인 CCL은 절연체 위에 동박을 양면에 적층한 복합 재료입니다. 온도가 올라도 기판이 휘지 않도록 지지해 기판의 기본적인 뼈대가 되는 부품입니다.
 
특히 AI발 CCL 수요 확대와 맞물려 구리 가격이 오르자 기판 업체들의 원재료 매입액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기(009150)의 올해 1분기 CCL·프리프레그(PPG) 매입액은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228억원 대비 42% 올랐습니다. LG이노텍(011070)의 올해 1분기 CCL·PP 매입액은 327억원으로, 전년 동기 253억원 대비 29.1% 증가했습니다.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양사의 2분기 매입액도 증가했을 것으로 점쳐집니다.
 
기판 기초 소재인 유리섬유포 가격도 인상하는 추세입니다. 유리섬유포는 유리를 가늘게 뽑아 실 형태로 만든 뒤 천처럼 짠 소재입니다. 내열성, 전열성이 높아 칩의 전기 신호를 오가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대만 유리섬유포 업체 풀테크 파이버 글래스는 이달부터 인쇄회로기판(PCB)과 반도체 패키징 기판에 쓰이는 유리섬유포 가격을 최대 30% 인상한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LG이노텍이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미디어 테크 데이’에서 선보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제품. (사진=이명신 기자)
 
이처럼 기초 소재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AI 산업 확대가 배경으로 꼽힙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자, AI 서버와 반도체에 탑재되는 부품·소재 가격까지 오르는 것입니다. 다만 기존 고객과 계약을 통해 제품 단가를 협의한 만큼, 소재 가격 상승분을 계약 기간 동안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이에 상반기 AI 반도체 열풍에 따른 수요 확대로 호실적을 기록했던 기판 업체들이 하반기 소재 가격 강세에 따른 수익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판 업계는 반도체 기판의 수급난도 이어지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 압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만큼이나 중요한 게 소재 공급망이라 다년 계약과 소재사 파트너십을 토대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향후 신규 계약에서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거나 옵션을 걸어두는 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기판 시장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가격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전략적으로 대응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기초 소재 역시 초과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시황을 주시하며 공급망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