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대규모 제작비와 인력을 투입한 대작 사이에서 몸집을 줄인 PC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방대한 콘텐츠나 고사양 그래픽보다 한두 가지 재미에 집중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세계 이용자를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1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2026 콘텐츠 산업포럼 결과자료집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주요 6개국에서 30달러 미만 PC 신작 매출은 2022년 대비 2025년 156%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PC게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9%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흥행작에서도 확인됩니다. 지난 6월 스팀에 출시된 멀티플레이 숨바꼭질 게임 멧챠 카멜레온(MECCHA CHAMELEON)은 두 명의 개발자가 만든 소규모 게임입니다. 캐릭터의 색을 주변과 비슷하게 바꿔 상대방의 눈을 피하는 직관적인 방식으로, 누적 판매량은 1500만장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월 출시된 협동게임 YAPYAP도 10달러 안팎의 가격과 여러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단순한 플레이 방식을 앞세워 출시 이후 100만장 이상 판매됐습니다.
게임 유저들이 신작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이용자들의 게임 소비 방식 변화를 꼽습니다. 모바일게임과 숏폼 콘텐츠가 일상화되면서 방대한 콘텐츠를 장시간 소비하는 게임뿐 아니라 짧은 시간에 재미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쉬운 게임을 찾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이머들의 게임 참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며 “확실한 재미가 있으면 국적을 불문하고 소비가 이뤄지고, 짧고 직관적인 자극과 보는 재미를 주는 마이크로 지식재산권(IP) 게임의 플레이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훈 안양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도 "마니아 이용자는 여전히 고품질 게임을 선호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용자들은 많은 콘텐츠를 갖춘 게임보다 가볍게 개발됐더라도 게임 본연의 재미가 잘 전달되는 게임에 만족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자 취향 변화는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대작처럼 수많은 콘텐츠를 쌓기보다 개발 범위를 좁히고 한두 가지 플레이 경험을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김 교수는 "복잡한 서사와 유료 결제 요소를 덜어내고 짧은 시간 안에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메커니즘에 집중한 제작 방식이 이용자의 놀이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게임엔진 등 개발 도구의 발전으로 개인이나 소규모 팀의 게임 제작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변화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 교수 역시 "게임을 최대한 직관적으로 개발하면 이용자들이 플레이하기 편하고 재미도 쉽게 느낄 수 있다”며 “이용자의 성향이 변하면서 개발사의 흐름도 함께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팀 등 글로벌 플랫폼의 확대도 작은 게임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 유통을 위해 퍼블리셔 확보가 중요했지만, 현재는 소규모 개발팀도 직접 게임을 출시해 세계 이용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퍼블리셔들은 매출 규모 때문에 고품질·고사양 게임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스팀은 만들어서 올리고 유통할 수 있는 구조여서 소규모 게임이 출시할 때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를 소규모 개발사와 인디 개발자에게 "유통과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는 대항해 시대"가 열린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 중소·인디 개발사들도 이달 게임스컴 2026에 참가하는 등 해외 접점을 넓히고 있는데요. 김 교수는 국내 인디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존 확률형 과금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독창적인 세계관과 게임 본연의 재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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