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리셀 참사' 박순관, 중처법 2·4·6조 '위헌제청'…재판지연 꼼수
박순관 측, 중처법에 대해 위헌법률제청 신청
대법원의 신청 수용 여부 판단까지 재판 중단
유족 측 "반성 않는 것…2심 감형 재검토해야"
2026-07-24 17:04:58 2026-07-24 17:04:58
[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23명이 숨진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중대재해법 제2·4·6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기간과 신청이 받아들여져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되는 기간만큼 재판은 중단됩니다. 이에 재판 지연을 노린 박 대표 측의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4일 대법원과 아리셀 참사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박 대표 측은 대법원에 중대재해법 2조(정의)와 4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6조(중대산업재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중대재해법 6조 1항엔 "4조 또는 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됐습니다. 그런데 박 대표 측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참사 발생 간 인과 관계가 불명확하고, 경영책임자에게 과도한 형사책임을 묻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겁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지난 2024년 8월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순관 측 "중처법, 명확성·책임주의 위반…형법보다 과도한 처벌"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판단을 구하는 절차입니다. 신청을 받은 재판부는 제청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헌재에서 심판이 진행되는데, 그동안 해당 사건 재판은 중단됩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중대재해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4년을 받았습니다. 1심에서 선고된 징역 15년에 비해 대폭 감형된 겁니다. 박 대표 측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박 대표 측은 중대재해법의 위헌성에 관해 △명확성 원칙 △책임주의 원칙 △책임과 형벌 간 비례 원칙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법 4조에서 경영책임자 등에게 부과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직접적 의무가 아니라 구체적 의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취할 의무"라면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곧바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의무 위반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해 헌법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입니다.
 
또 6조 1항의 처벌 규정에 대해선 "사업장 내 모든 종사자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경영책임자에게 포괄적으로 지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말입니다.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수준 역시 과도하다고 했습니다. 유사한 범죄를 규정한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상)와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벌칙)는 각각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규정했습니다.  
 
중대재해법 2조 역시 경영책임자 범위가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박 대표는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자신이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부산지법 첫 제청 '수용'…아리셀 대책위 "참사에 대한 반성 없다" 
 
그동안 중대재해법 사건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대부분 기각됐습니다. 첫 기소 사례인 두성산업 사건에서도 2022년 10월 4조와 6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신청됐으나, 2023년 11월 창원지법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중대재해법은 부실한 안전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의무를 부과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최근엔 법원이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인 첫 사례도 나왔습니다.
 
부산지법은 2025년 3월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제기한 위헌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해당 재판은 2022년 부산의 한 공사장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가 기소된 건입니다. 부산지법 재판부는 중대재해법 제1조(목적)를 비롯해 제4·5·6조에 대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산지법의 사건은 원청과 하청 간 책임 배분 문제를 중심으로 위헌 여부가 제기된 것으로, 동일 사업장 내 책임을 다투는 아리셀 사건과 쟁점이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법원이 박 대표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여부를 판단하는 동안 재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두성산업 사건의 경우에도 법원이 신청을 수용할지 여부를 판단하기까지 1년 이상 걸렸습니다. 만약 제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헌재 판단까지 추가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이에 유족과 아리셀 대책위는 박 대표 측이 재판 지연을 노린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리셀 대책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는 걸 보면 아리셀 측은 참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있는 것"며 "유가족과 합의를 이유로 2심 재판부가 감형한 데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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