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주 임신중지’ 산모, 2심서 '살인죄' 무죄···“살인에 미필적고의 인정 어려워”
1심 "사산 여부 확인 안 해…살인 고의 인정"
2심 "사산돼 나올 거란 말 전해 들어…무죄“
2026-07-23 17:25:13 2026-07-23 17:56:35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임신 36주 차에 임신중지 수술을 의뢰한 산모 권모씨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심은 산모가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수술 방법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며 살인의 미필적고의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용석)는 23일 병원장 윤모씨와 집도의 심모씨, 산모 권모씨 등의 살인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권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권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윤씨와 심씨는 2024년 6월 임신 34~36주 차인 산모 권씨에 대해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해 태아를 모체 밖으로 꺼낸 후, 미리 준비한 사각포로 덮고 냉동고에 넣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윤씨는 권씨의 진료기록부에 건강 상태를 '출혈 및 복통 있음'이라고 허위 기재하고, 태아가 사산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수술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태아의 사산 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핵심 쟁점은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온 뒤 이뤄진 의료진의 살해 행위에 권씨도 공모했다고 볼 수 있는지, 권씨에게 살인의 미필적고의가 있었는지였습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형법상 ‘사람’으로 보기 어려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모체 밖으로 완전히 나온 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숨지게 했다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을 임신중지가 아닌 출생한 사람에 대한 살인으로 판단했습니다. 제왕절개로 모체 밖에 나온 태아가 살아 있었고, 이후 의료진의 행위로 사망했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산모인 권씨도 살인의 공범으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태아는 심박이 정상이고 특별한 이상이 없어 출생 후 생존할 능력이 있었으며, 권씨 역시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1심 재판부는 권씨가 의료진에게 구체적인 수술 방법이나 태아가 살아서 태어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태아의 생존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권씨가 출생 후 살해까지 용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가 지인을 통해 브로커에게 ‘태아가 사산돼 나오는지’를 물었고, 브로커로부터 그렇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권씨가 브로커의 답변이 의료진에게 확인하지 않은 채 이뤄진 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체 밖으로 살아서 나오는지 적극 확인하지 않은 사정을 두고, 의료진에 의해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될 것 안다거나, 미필적으로 용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권씨가 수술 전 신체 배출 태아 처리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이는 일반적인 내용일 뿐 살아 있는 태아를 의료진이 살해한다는 것을 용인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권씨가 윤씨, 심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살해했다거나 살해 행위에 대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항소심은 의료진의 형량도 낮췄습니다. 병원장 윤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고 900만원을 추징했습니다. 앞서 1심은 징역 6년에 11억5016만원을 추징한 바 있습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집도의 심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의료진 윤씨와 심씨에 대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 상태로 유지해 출산할 것인지 결정할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자기결정권에 해당한다"며 "산모 권씨의 임신 종결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양형에 참작한다"고 감경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브로커 두 명은 각각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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