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개월 늦어진 착공…대법 "LH 배상 책임 없다"
건설사들 1심에서 일부 승소…49억 배상 판결
2심 "측량 등 사전 준비는 착공 아냐"…뒤집혀
2026-07-20 17:35:25 2026-07-20 18:24:56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발주 기관의 책임으로 공사 착공이 5년 이상 지연됐더라도, 계약서상 '공사정지'에 따른 지연배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공사정지는 이미 착공해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된 경우를 뜻하므로, 착공 자체가 늦어진 경우와는 엄격히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사진=뉴시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건설업체 A사 등 2개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5일 확정했습니다.
 
A사 등은 2009년 12월 LH와 화성 봉담 국도 43호선 확·포장 및 지하차도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착공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LH의 사업 부지 확보 등이 늦어지면서 착공은 5년8개월이 흐른 2015년 8월에야 이뤄졌습니다.
 
이에 건설사들은 착공이 1875일간 지연됐다고 주장, 공사계약 일반 조건을 근거로 60일을 초과한 1815일분의 지연배상금 약 98억58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발주 기관의 책임 있는 사유로 공사가 60일 넘게 정지되면, 잔여 계약금액에 일정 금리를 적용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공사정지'에 '착공 지연'도 포함되는지 여부였습니다.
 
지난 2024년 12월 1심은 실질적 착공에 이르지 못한 상태였더라도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면 지연배상금 약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착공이 지연된 경우와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 모두 수급인이 공사대금을 늦게 받아 손해를 입는다는 본질은 같으므로, 해당 약정을 한쪽에만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예정된 배상액이 과다하다고 보고, 사 측 요구액의 절반인 약 49억2900만원만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반면 2025년 12월 2심은 이 조항이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며 건설사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착공은 공사의 착수를 의미하지, 필요한 서류의 제출이나 지장물 조사 및 현황 측량 등 건설사들이 수행한 업무는 준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건설사들이 소송 근거로 제시한 계약 조건에 대해서도 "착공 후 정지되는 경우 적용되는 것이고 착공 자체의 지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2심의 이 같은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에 명시된 '공사정지'와 '잔여 계약금액'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공사가 착공되어 일정 부분 진행된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해석했습니다. 또 이 조항은 발주 기관에 지연배상 책임을 지우는 일종의 지체상금 약정이므로 적용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착공 신고 서류 제출이나 지장물 조사, 현황 측량 등도 실제 착공이 아닌 준비 행위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발주 기관의 책임으로 착공이 늦어질 경우 수급인은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구제 수단이 따로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도급인의 책임 있는 사유와 현장감독자의 정지 지시를 요건으로 착공 후 공사가 정지된 경우에 적용된다"며 "착공 자체가 지연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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