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홈플러스 회생이 긴급 운영자금(DIP) 조달 난항으로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정치권이 국민연금을 통한 MBK파트너스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을 상대로 긴급 자금 투입을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자격 재검토와 투자금 회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에 국회 청문회 추진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 운용 책임과 기관투자가 관리 체계 전반을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10일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MBK 본사를 찾아 자금 지원을 촉구하는 등 회생 무산 위기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DIP 확보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연금을 통한 MBK 압박 카드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전날 국회에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 홈플러스 경영진을 잇달아 만나 회생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국민연금공단과도 간담회를 열고 MBK 투자 및 위탁운용사 관리 문제를 집중 논의했습니다. 을지로위원회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당장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며 MBK와 메리츠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는 긴급 운영자금 조달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MBK는 김병주 회장의 1000억원 개인보증을 제공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메리츠가 2000억원 전체 대출 계약을 먼저 체결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메리츠는 개인보증이 이뤄지더라도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검토, 이사회 의결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을지로위원회는 양측 모두 사실상 자금 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청산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정치권의 압박은 국민연금으로도 확대됐습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이 MBK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11개에 약 2조2000억원(민주당 추산)을 출자하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위탁운용사 관리기준에 따라 투자금 회수와 신규 출자 제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홈플러스와 고려아연까지 MBK의 약탈적 금융 행태와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논란을 고려할 때 기존 투자금 회수와 위탁운용사 자격 적정성을 종합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운용사에 대해 자격 제한이나 취소를 검토할 수 있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나 위탁운용사 자격 재검토가 현실화할 경우 MBK의 향후 자금 조달과 기관투자가 대상 펀드 운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실제 투자금 회수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미 집행된 펀드 출자금을 중도 회수하려면 다른 LP(출자자)들의 동의와 계약상 회수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국민연금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 역시 사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조치 여부는 내부 검토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 문제의 심각성과 상황 인식에 대해서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다"며 "어떻게 대응할지는 논의를 통해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현재 주식 투자 등에 적용되는 ESG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에도 확대 적용하고, 위탁운용사의 사회적 책임과 운용 적정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민 위원장은 "청산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한 청문회가 우선"이라며 다음주 초 청문회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여당 단독 개최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1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홈플러스 성서점 입점 점주들이 지속 영업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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