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내세운 게임업계…장기 관리 시스템 구축 절실
닌텐도·세가, 전담 조직 중심으로 게임·영상·상품 연결
국내는 후속작·팝업 등 단기 활용 치중
“한국, 일본보다 30~40년 늦어…100년 IP 만들어야”
2026-07-10 15:02:54 2026-07-10 15:02:54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 게임사들이 지식재산권(IP)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흥행작을 장기 브랜드로 키우는 관리 체계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외 게임사들이 전담 조직과 IP별 로드맵을 바탕으로 게임·영상·상품·공간 사업을 연결해 수십 년간 팬층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후속작이나 콜라보레이션, 팝업스토어 등 단기 활용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마련된 닌텐도 굿즈샵을 찾은 시민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닌텐도와 세가 등 글로벌 게임사들은 인기 게임을 개별 작품이 아닌 장기 프랜차이즈 IP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영상과 상품, 공간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IP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해당 게임을 접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이용자를 계속해서 끌어들이는 방식입니다.
 
닌텐도는 ‘슈퍼마리오’ 등 주요 IP를 영화와 테마파크, 굿즈로 확장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소비자도 영화나 상품을 통해 캐릭터를 접하게 하고, 이를 다시 게임과 상품 구매로 연결하는 구조입니다.
 
세가 역시 주요 IP를 게임 밖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세가 사미는 2024년 트랜스미디어 사업 조직을 신설하고 소닉과 페르소나, 용과 같이 등 주요 IP별 로드맵에 따라 영화·애니메이션·음악·상품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 채널에서 확보한 수익을 다시 IP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전략입니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IP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장기간 소비되는 브랜드로 키우기보다 단기 사업에 치우쳐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이나 공연, 굿즈 사업 역시 독립적인 신규 팬층을 창출하기보다는 원작 게임을 홍보하거나 휴면 이용자 복귀를 유도하는 수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게임을 내놓은 뒤 적당한 콜라보를 하고 팝업스토어를 연 뒤 끝내는 방식이 습관처럼 반복되고 있다”며 “일본의 포켓몬이나 드래곤볼처럼 IP를 장기간 관리하고 세대별로 재생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국내 게임사도 IP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등 주요 IP를 영상과 공연, 상품으로 넓히고 있고, 크래프톤은 PUBG를 하나의 게임이 아닌 장기 프랜차이즈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스마일게이트도 크로스파이어와 로스트아크 등 주요 IP를 드라마와 공연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별 사업을 늘리는 것만으로 장수 IP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합니다. 세계관과 캐릭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매체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해석하는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게임업계가 IP 관리 경험과 노하우 측면에서 일본보다 아직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일본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친 뒤 지금까지 살아남은 몇몇 IP를 만들어냈다”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일본보다 30~40년 정도 늦게 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공지능(AI) 기술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IP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속도가 빨라져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IP 관련 조직을 확대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됩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글로벌 게임사들은 신규 IP 발굴과 기존 성공 IP의 장기 운영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사용한다”며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이미 성공한 IP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확장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이 브랜드팀과 IP팀을 별도로 만들고 관련 업무에 신경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며 “이제는 100년 동안 이어질 IP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는 것이 국내 게임업계의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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