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원청책임 부정'…대법 "택배기사 교섭의무 없다”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인정할 수 없어"
구 노동조합법상 원청 사용자 '책임' 축소 해석
대법원 전합 'HD현대중공업' 판결 법리 재확인
전국택배노조 "책임지지 않는 원청에' 면죄부'"
2026-07-09 15:37:20 2026-07-09 16:33:2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는 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택배기사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의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단을 뒤집은 겁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의 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체제에서는 원청에 교섭 의무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노동계에선 사법부의 원청 책임 인식이 크게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전국택배노조가 9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오전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습니다. 노동조합법에 따라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의 사용자로서 노조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1·2심을 모두 뒤집은 겁니다. 
 
앞서 중노위는 2021년 7월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건 부당노동행위"라며 "노조와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CJ대한통운을 구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해 단체교섭 거부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구 노조법 제2조 제1항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규정합니다. 같은 법 제81조 제1항 3호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CJ대한통운)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청의 책임을 전면 부정한 판결입니다.
  
이번 판단은 지난 5월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HD현대중공업 관련 단체교섭 청구 소송의 상고를 기각했던 법리를 재확인한 셈이기도 합니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한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며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 노동3권의 실효적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에 맞게 사용자 개념을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까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만큼, 구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무리하게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판결은 6년여 전 중노위 결정은 물론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근거로 택배기사의 손을 들어줬던 1·2심 판결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1심 법원인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1월 "노동조합법상의 '사용자'에는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갖는 사업주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했습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의 교섭 의무를 명확히 인정한 겁니다.
 
전국택배노조도 대법원 판결을 '권한만 가진 책임지지 않은 원청의 행태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규탄했습니다. 김광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 택배사에게 교섭 의무가 없다는 판결은 사법 역사상 가장 심각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이전 구 노동조합법에 대한 것으로,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의 교섭은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CJ대한통운도 지난 3월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할 뜻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전국택배노조가 교섭 대표 노조로 확정됐으며, 현재 상견례 일정을 조정 중인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불씨를 남겼다는 우려가 여전합니다. 남희정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국민의힘과 재벌들이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총공세를 펼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조세화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도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되는 교섭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사용자 입장에선 사용자 범위나 사용자의 실질적 지배력이 미치는 교섭 의제에 대해 개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존 하급심 판결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수수료, 근무일, 서브 터미널의 근무 환경 등에 대한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선고로 원심이 파기된 만큼 교섭 의제 선정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는 의미입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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