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자녀 위치 확인과 휴대전화 사용 관리를 목적으로 개발된 '자녀 보호 애플리케이션(앱)'이 배우자나 연인을 감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불법 매매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보호'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통화 내용과 위치 정보를 무단 수집하고 들여다보는 불법 감시 도구로 전락한 겁니다. 특히 법원은 앱을 산 이용자는 물론 판매자에게도 죄를 묻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유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이 2023년 4월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구글의 앱마켓 경쟁 저해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8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일부 블로그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배우자 외도 의심으로 사용하려는 분 필독', '상대방이 모르는 위치추적 앱' 등 제목을 단 글에 자녀 보호 앱이 함께 소개됐습니다. 가사법률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외도가 의심될 때 상대방 몰래 설치할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게시 글과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앱을 배우자나 연인의 휴대전화에 설치해 상대방을 감시하는 행위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앞서 지난 6월 부산지법 형사합의7부(재판장 임주혁)는 감시 앱을 구매한 뒤 연인의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약 2년5개월에 걸쳐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위치 정보 등을 열람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2024년 창원지법도 연인의 도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SNS 광고를 보고 감시 앱을 산 뒤, 이를 상대방 휴대전화에 몰래 설치한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감시 앱 사건과 관련해 법원은 판매자에게 더욱 엄격한 처벌을 적용합니다. 지난 5월 부산고법은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008명에게 불법 감청 프로그램을 판매한 업체 대표를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에 처한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해외에선 이런 감시 앱을 '스토커웨어' 또는 친밀한 파트너 감시를 뜻하는 'IPS(Intimate Partner Surveillance)'로 부릅니다. 디지털 감시 문제를 연구하는 캐나다 토론토대 산하 연구기관 시티즌랩은 2019년 보고서에서 "소비자용 스파이웨어가 친밀한 파트너 감시, 부모의 자녀 감시, 직원 감시 용도로 마케팅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외에선 디지털 위치추적을 스토킹 범죄 안으로 끌어들이는 흐름도 나타납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채택한 '여성폭력·가정폭력 방지 지침'을 통해 "위치 정보 앱과 스토커웨어 설치를 통한 감시도 사이버 스토킹에 포함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행위가 스토킹처벌법이 아닌 개별 법률로 나뉘어 처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화 녹음이나 대화 청취는 통신비밀보호법, 문자·통화 내용 열람은 정보통신망법, 위치 정보 수집은 위치정보법 위반이 각각 적용되는 방식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발간한 '위치추적 스토킹의 법적 공백' 보고서에서 "피해자 동의 없는 위치추적 행위를 명확한 스토킹 유형으로 규율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토킹 범죄의 본질을 축소시키고 피해자 보호 조치의 발동을 지연시킨다는 겁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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