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8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했습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장관은 국방 분야에서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 논의를 추진하기로 하는 등 기존 한·일 간 군사 협력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특히 안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없는 길도 자주 다니면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한·일 관계의 길이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양국의 국방 협력이 한층 더 발전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다만 국방부는 '회담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며 ACSA 관련 논의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이날 회담 직후 공개한 공동 언론 발표문을 통해 두 장관이 이날 회담에서 상호 방문 및 회담 정례화, 한·일 수색구조훈련의 약 9년 만의 실시 및 국방당국 간 AI 분야에 대한 논의 추진 등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협력을 지속해 나가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했습니다. 한·일, 한·미·일 공조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도 공동 언론 발표문에 담겼습니다.
두 장관은 양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와 블루임펄스 간 교류 협력 발전을 지속하고, 다양한 해난 사고 상황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을 더욱 발전시키며, AI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 분야에 대해 한·일 간 논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국방교류협력 발전을 위한 소통과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공동 언론 발표문에 ACSA 관련 내용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CSA 관련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회담이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안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날까지 여섯 차례 회담을 가졌습니다. 전화 회담이 포함되긴 했지만 취임 1년여 만에 여섯 차례 공식 회담을 한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특히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만남을 가진 두 장관이 한 달여 만에, 평일도 아닌 일요일에, 서울에서 다시 만남을 가진 것은 양국 간 급하게 다뤄야 할 현안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지난달 말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ACSA 관련 논의가 진행됐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필요성은 인정했습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27일 공군 원주기지 53특수비행전대(블랙이글스)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군 안팎에서는 회담 전날인 지난 27일 안 장관과 고이즈미 방위상이 공군 원주기지에 있는 블랙이글스를 찾은 것을 두고 ACSA 체결을 위한 명문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블랙이글스는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WDS 2026)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 나하 기지에 기착해 급유 지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양국 간 군수 지원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이 같은 해석의 배경입니다.
ACSA는 양국이 훈련이나 유사시 군수품 등을 상호 제공·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협정입니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의 군사 협력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큰 상황에서 양국 국방당국이 ACSA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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