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는 정책금융기관의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입니다. 평가 결과는 성과급과 기관장 경고, 예산상 불이익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기관 운영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기관 운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정책금융기관들은 매년 경영평가 대응에 상당한 행정력을 쏟고 있습니다. 다만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정책 기능이 다른데도 일률적인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7개 정책금융기관의 2025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는 기관별 등급 변화가 뚜렷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해 D등급에서 B등급으로 두 단계 상승했고, 한국주택금융공사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올랐습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A등급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은 나란히 C등급을 받았고,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B등급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B등급에서 D등급으로 두 단계 하락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기관별 성적표가 크게 엇갈리면서 각 기관이 처한 경영 환경과 주요 현안이 평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평가대상인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추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정책금융기관 최근 5년 경영평가 등급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캠코 D등급…기관별 현안이 성적표 갈랐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캠코의 D등급 하락입니다. 캠코는 공사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관으로, 기관장 경고 조치와 함께 안전관리 개선 계획 제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성과뿐 아니라 안전과 책임경영 등 비재무 요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 HUG와 주금공은 지난해보다 각각 두 단계, 한 단계씩 등급이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HUG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D등급에 머물렀지만 올해 B등급으로 회복하며 가장 큰 폭의 등급 상승을 기록했습니다. 주금공도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무보는 지난해에 이어 A등급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HUG와 무보는 '직무중심 보수체계 개편 우수기관'에도 선정됐습니다. 두 기관은 직무 중심 보수 체계 개편 성과를 인정받아 2026년도 직무급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총인건비를 0.1%포인트 추가 인정받게 됐습니다. 정부는 직무 중심 인사·보수 체계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우수 기관에 이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신보와 기보는 나란히 C등급을 받았습니다. 신보는 임금피크제 소송 판결금 약 130억원이 총인건비에 반영되면서 총인건비 관리 지표에서 감점 부담을 안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평가 전부터 C등급 가능성이 제기돼 왔습니다. 신보는 총인건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보는 기술금융 공급 확대와 정책금융 지원을 이어갔지만, 재무 성과와 경영 효율성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에 반영된 결과 C등급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처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라도 기관별 역할과 정책 과제, 경영 여건이 달라 평가 결과 역시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재무보다 공공성 확대…"장기성과·도전성 반영해야"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 편람 개정 작업을 추진해 오며 재무 성과 중심 평가를 완화하고 공공성과 안전관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평가 체계를 손질했습니다. 산업재해 예방과 책임경영, 공공서비스 성과 등 비재무 요소를 강화해 공공기관 본연의 역할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실제 이번 평가에서도 안전관리와 책임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관별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평가 항목을 일부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경영평가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현재와 같은 1년 단위 평가로는 기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또 기관들이 도전적인 목표보다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할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책금융기관이 장기적인 정책 목표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영평가는 기관의 장기적인 발전과 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처럼 1년 단위 평가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기관들이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세우고 높은 달성률을 기록하는 것보다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과 성과를 함께 평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경영평가가 기관의 혁신과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지난해 10월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출범식에서 기금 설립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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