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정책', 영국에서 해법 찾자
대통령 정책 검토 지시 후 철회 움직임
서울시의회, 70세 시내버스 무임승차 추진
합리성 확보와 더불어 수단 간 혜택 불균형 해소 계기 삼아야
연령 상향과 출퇴근 시간대 무임승차 제한 도입으로 지속가능성 높여야
2026-06-24 09:05:43 2026-06-24 09:05:43
영국의 양허교통 할인 카드(사진=영국 리버풀 시)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최근 대중교통 무임승차 제도를 둘러싼 정치권과 지자체의 해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를 지시하며 개편의 시동을 거는 듯했으나, 노인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청와대 수석이 슬그머니 철회 방침을 시사하는 등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반면, 최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시내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하는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또 다른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일관성이나 원칙 수립 없이 이런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재정 확보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대중교통 운영사들의 만성 적자 문제와 세대 간 갈등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경로 우대' 차원을 넘어, 바람직한 교통복지의 이정표를 세우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시스템적 접근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영국 교통복지와 대중교통 할인제도의 핵심인 양허 교통(concessionary travel)은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원칙과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환급금(Reimbursement)' 제도로 철저한 국가 책임성 유지
 
한국 지하철 만성 적자의 주범으로 늘 '어르신 무임승차'가 지목되며 세대 갈등까지 유발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가 무임승차 자체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한 복지 정책의 비용을 교통 운영사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왜곡된 '구조(시스템)'에 있습니다.
 
영국은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를 담은 '양허교통(Concessionary Travel)' 지원제도를 지난 2000년부터 법제화했고, 경로 우대와 장애인, 청소년, 직업훈련 교육자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무료 탑승이나 할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운영사의 손실을 중앙정부와 지역교통운영사가 산정해 보전해 주는 '환급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영국 교통부(Department for Transport)는 매년 각 운영사의 순경상지출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그 중 어느 정도를 보전해 주는지를 상세하게 발표합니다. 이 발표자료에 따르면 2024/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잉글랜드 내 고령자 및 장애인 양허교통 버스 이용 횟수는 6억2400만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습니다. 2024/25회계연도 기준, 런던의 고령자 및 장애인 할인 승차권(Freedom Pass) 1장당 평균 191회에 달합니다.
 
2024/25회계연도 기준 잉글랜드 내 양허교통 할인 혜택 관련으로 인한 순경상지출은 9억9500만 파운드에 달하며, 환급금 규모는 총 7억95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로 관련 순경상지출의 80%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교통복지 제도를 명확하게 법제화하고, 이에 대한 국가의 재정적 책임을 제도화해야 운영사에 대한 책임 전가나 부실을 막을 수 있습니다. 주먹구구 방식의 떠넘기기는 국가의 무책임성을 드러내는 전형적인 구태입니다.
 
지하철에 편중된 혜택, 버스로 확대해 '이동권 불균형' 해소해야
 
현재 서울의 무임승차 혜택은 100% 지하철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하철 인프라가 미비해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의 복지 수요를 철저히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지며, 심각한 복지 역진성(Regressivity)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역세권의 주택 및 전월세 가격이 월등히 높다는 점만 보아도 역진성은 자명합니다. 또한, 버스가 더 편리한 단거리 통행마저 무료 혜택을 위해 지하철로 유도하여 대중교통 통행 패턴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반면 영국의 양허교통 제도는 거주지에서 목적지까지의 실질적인 '도어 투 도어(Door-to-Door)'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역 버스(Local Bus)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용객 수도 버스가 2배 이상 많습니다. 최근 서울시의회가 시내버스 무임승차를 추진하는 움직임 자체는 대중교통 수단 간 역할 분담을 균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비용 보전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나 치밀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강행된다면 결국 또 다른 재정 위기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출근 시간 무료 제한' 등 유연한 수요관리로 지속가능성 확보
 
서울의 무임승차는 시간 제한 없이 24시간 전면 허용되어 노년층의 이동권을 강력히 보장하지만, 출근 시간대 교통 인프라 과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반면 영국은 고령화 추세와 국가 재정을 고려해 양허교통의 적용 연령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매년 1년씩 상향하여 현재 67세인 할인 적용 연령은 내년에는 68세로 늦추는 등 제도의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온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런던의 양허교통 패스는 평일 오전 4시 30분부터 9시까지의 출근 시간대에는 무료 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연한 수요 관리는 비필수적인 이동을 자연스럽게 혼잡하지 않은 낮 시간대로 분산시킵니다. 이는 요금을 지불하는 출근 인파와 무임승차 이용객이 겹치며 발생하는 이른바 '지옥철'의 혼잡도를 개선하고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시간대별 차등 적용이라는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대중교통의 재정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입니다. 또한 탑승 시간대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낙인 효과도 배제하고 있습니다.
 
'경로우대' 프레임 깨고 '포괄적 교통복지'로 전환할 때
 
정치권은 더 이상 대중교통 무임승차를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삼거나, 재정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멈춰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교통복지는 특정 연령층의 지하철 혜택이라는 단편적 형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경로 우대를 넘어 영국처럼 장애인, 청소년, 직업훈련 교육자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며 사회 참여를 돕는 '포괄적 교통복지'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게 비용을 부담하는 '환급금 제도'의 도입과 유연한 수요 관리를 결합한 근본적인 시스템 개혁만이, 만성 적자의 늪에 빠진 대중교통을 구하고 세대 간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해법입니다. 특히 서울시가 시내버스까지 무임승차를 확대할 때 '적용 연령 상향'과 '출근 시간 무료 이용 제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사회적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제도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 좋은 계기일 것입니다. 
 
영국 교통부의 양허교통 통계(사진=영국 교통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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