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자산 입법 방향 "논의 넘어 결단해야"
금융기관 업무·라이선스 청사진 마련 필요성 제기
업계 "완벽하지 않아도 방향 제시해야"
2026-06-22 17:21:09 2026-06-22 17:22:00
[뉴스토마토 전연주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를 위해서는 반복 논의를 넘어, 구체적인 입법과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미국 등 주요국이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금융기관의 참여 범위를 제도화하는 동안, 국내는 시장 참여자의 업무 범위조차 불분명해 제도적 불확실성이 산업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안도걸·이강일 민주당 의원 주최, 한국핀테크산업협회·타이거리서치 주관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 방향'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디지털자산 규제와 기관금융 진입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입법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내용이 골자로 다뤄졌는데요.
 
안 의원은 "하반기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 투자자 보호와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산업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2일 국회 의원회관 7세미나실에서 열린 '글로벌 디지털자산 제도화 동향과 대한민국의 입법방향'에 참여한 연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논의에서는 규제의 강도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중지가 모아졌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사업자별 업무 범위와 책임, 진입 요건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은 시장구조법안인 클래리티법과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을 두 축으로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클래리티법은 특정 주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지를 기준으로 디지털자산을 증권과 상품으로 구분하고, 거래소와 브로커·딜러의 등록과 고객자산 분리 등 시장 참여자의 의무를 규정하는 방향입니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하원에서 2025년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통과됐고 현재 상원에서 별도 법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밀러 화이트하우스 레빈(Miler Whitehouse Levine) 솔라나정책연구소 대표는 "미국은 개별 사건에 대한 사후적 집행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성문 규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디지털자산을 무조건 기존 증권 규제에 편입하거나 규제 밖에 두는 양자택일 방식이 아닌 자산과 네트워크의 특성에 맞는 중간 지대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반면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전통 금융기관이 어떤 업무를 할 수 있고 어떤 인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본부장은 "월가가 주도하는 금융 혁신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나서지 않으면 한국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며 "제도적 청사진이 없어 국내 금융기관이 글로벌 논의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은행이 앞으로 어떤 디지털자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증권사가 어떤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는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가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어떤 인가가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통 금융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유럽연합은 기존 금융회사가 어떤 라이선스 아래 어떤 업무를 할 수 있는지 법에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입법 지연은 기업의 신사업 준비뿐 아니라 금융권의 투자 판단도 어렵게 만듭니다. 허용되는 업무와 책임 범위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기술과 인력을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업계에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법이 아니다"라며 "어떤 틀 안에서 사업해야 하는지 방향을 인지할 수 있어야 스타트업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은행과 협업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외국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조건과 금융회사별 업무 범위,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제도적 근거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기관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거래를 뒷받침할 유동성이 없으면 실질적인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국회에서 추진돼 온 디지털자산 2단계 입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현재 뚜렷한 진전 없이 멈춰 선 상태입니다.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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