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한민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핵잠수함용 핵연료 공급 협조를 공식 요청한 이후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두 차례나 국민들 앞에서 직접 핵잠 건조 당위성과 건조기본계획을 발표했음에도, 한국·미국·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논의는 여전히 초기 탐색 단계에만 머물러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사업 추진 방식이다. 과거 한국형 핵잠 사업이 좌초됐던 실패 패턴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 외교부, 방위사업청, 해군, 국과연, 조선소 등이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통합 조정할 상위 컨트롤타워는 없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것이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은 단순 무기 획득 사업이 아니다. 외교, 안보, 원자력, 산업, 조선, 국제법, 핵비확산, 안전규제, 예산이 결합된 국가 총력 프로젝트다. 특히 핵잠은 원자로와 선체가 완전히 통합된 전략무기다. 원자로와 선체 설계가 초기부터 유기적으로 연동되지 않으면 원하는 속력과 잠항 지속능력, 탑재 무장, 탐지,저소음 등 작전요구성능 확보가 어렵다. 지금처럼 기관별로 각각 움직이면 기술적 비효율과 혼선만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청와대 핵추진잠수함 사업단’ 설치다. 청와대가 직접 지휘하는 범정부 통합조직 없이는 사업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영국·프랑스의 핵잠 개발도 최고지도자가 직접 챙기다시피한 국가 프로젝트였다. 핵잠은 특정 군종의 무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무기이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대외적으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원자력공급국그룹(NSG)을 상대해야 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방부·외교부·산업부·과기부·원안위·해군·방사청·조선 및 원자력 업계를 동시에 조정·통제해야 한다. 누군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역할을 해야 하지만 현재 구조에는 지휘자가 없다. 청와대에 직접 사업단을 두고 총괄적으로 지휘해야 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방부 내 사업단 설치를 거론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핵잠 사업은 국방사업을 넘어 외교·통상·원자력 규제·산업정책이 결합된 다부처 사업이다. 국방부가 타 부처를 실질적으로 지휘·조정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미국 및 IAEA와의 협상도 외교부·국방부 차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결국 청와대 직속 조직이 아니면 부처 간 이해관계를 정리하기 어렵고 사업 동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북한은 핵무력을 고도화하고 있고, 우리보다 먼저 핵무기를 탑재하는 전략핵잠을 건조하고있다. 핵잠 확보는 단기간 사업이 아니다. 지금 착수해도 실제 전력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컨트롤타워 부재로 시간을 허비한다면 대한민국은 미국이 어렵게 동의한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핵잠 건조 가속화를 위해 당장 추진해야 할 과제는 세 가지다. 첫째, 대통령령으로 청와대 내 핵추진잠수함 사업단을 즉각 설치해야 한다. 핵잠 특별법 제정 이전이라도 대통령령을 통해 범정부 조직을 우선 가동해야 한다. 법 제정만 기다리다 사업 전체가 표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핵연료 확보를 위한 대미·대 IAEA 협상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미국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형 저농축우라늄(LEU) 기반 모델과 국제 안전조치 수용 방안 등을 먼저 설계해 미국과 IAEA를 직접 설득해야 한다. 특히 저농축우라늄의 군사적 사용에 대한 한·미·IAEA 간 핵연료 회계관리에 대한 문서화 조치 없이는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셋째, 핵잠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현재 군사용 원자로 안전규정이 사실상 부재해 육상용 원자로 시험시설조차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육상 시험평가 성공 없이는 함정 탑재도 불가능하다. 미국 역시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서 장기간 시험 후 함정에 탑재했다. 우리도 군사용 원자로 안전기준과 특별예산 확보를 위한 법적 토대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능력과 원전 기술을 갖고 있다. 부족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결단과 통합 지휘체계다. 핵잠 사업은 특정 부처 사업이 아니라 국가 생존전략의 문제다. 이제는 대통령실이 직접 지휘하는 국가 프로젝트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형 핵추진잠수함은 또다시 '검토만 하다가 끝난 사업'으로 남을 수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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