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신호탄…주한미군도 '사정권'
"한·미 논의 없지만 가능성 배제 못해"…"여러 단계 논의 건너뛴 논리 비약"
2026-05-04 16:44:53 2026-05-04 16:44: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AFP)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한 것을 두고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동맹국들이 이란과의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안보환경에 맞춰 전 세계 미군 자원을 전략적으로 재배치 하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으로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에 대한 연쇄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정부는 일단 한·미 간에 관련 논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성격이 유럽 주둔 미군과는 다르고 주한미군의 변화와 관련해서는 한·미 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예단해서 기정사실화 하는 건 여러 단계의 논의를 건너뛴 비약적 가정이라는 입장입니다.
 
'감정적 도발' 대 '계획된 일'
 
이번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 메시지를 통해 "독일에 있는 병력의 감축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으며, 조만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이란 전쟁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분명한 전략 없이 임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가 이란에 의해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한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됐습니다.
 
이어 미국 국방부(전쟁부)는 지난달 30일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력의 약 5000명을 철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결정은 유럽 내 미군 태세에 대한 철저한 검토에 따라 나온 것이며,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 내에 철수가 완료될 것이라는 게 미국 국방부의 설명이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주독미군 감축 규모가 국방부가 제시한 5000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에 유럽 전체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인상도 선언했습니다. 이에 메르츠 총리는 3일 "미국은 독일에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니며, 보복으로 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에 임시로 주둔했던 병력의 철수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비협조적이었던 독일 등에 대해 화풀이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앞서지만 이미 예고됐던 일이라는 평가도 뒤따르고 있습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두들겨 패다가 홧김에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철수'라는 감정적 도발까지 하는 것"이라고 했고,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표면적으로는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이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전력 조정을 이번 기회에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주한미군 감축변화' 가능성 주목
 
문제는 이 사안이 주한미군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청와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인 주둔을 위해 미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현재 한·미 간에 주한미군 감축 혹은 철수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방부 역시 "현재 한·미간 주한미군 감축·철수 논의는 없다"며 "주한미군이 안정적 주둔 하에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국방부는 "전 세계 미군 전력태세 검토 및 변화 가능성에 유의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할 변경은 한·미 간에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논의를 거쳐야 하는 일"이라며 "당장 주한미군이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는 상당한 논리 비약"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주독미군 감축 파장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조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독일보다 가능성이 작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한국에서 철수가 이뤄진다면 이는 전반적인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강화라는 틀 속에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한반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고, 위기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등 유럽과는 전략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연계해 주한미군 구성의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반적으로 해외 주둔 미군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려는 흐름 속에서 주독미군 감축을 볼 필요가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숫자보다는 역량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순환배치를 이유로 주한미군의 병력수는 일부 줄이면서 해·공군 자산을 늘리는 방식의 주한미군 구성의 변화를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이 평택과 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에 대해 중국 견제를 위한 전초기지화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주한미군을 이에 필요한 전력구조로 개편할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세계 경찰 미국 '파산 선고'
 
이 같은 상황이 '세계 경찰' 미국의 '파산 선고'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에서 5000명의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병력 재배치가 아니다"라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안보의 공공재를 감당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여주는 '파산 선고'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김 전 의원은 "독일 총리의 전쟁 비판에 대해 유럽의 핵심축인 독일마저 토사구팽하는 마당에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약속을 언제까지 믿어야 하냐"며 "이토록 허약해진 '거인'이 그나마 한국에 남아 있는 병력조차 언제, 어떤 구실로 빼내 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은 "동맹의 가치를 오직 '달러'로만 환산하는 거래주의적 태도 앞에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언제든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국의 신뢰성은 이제 바닥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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