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창고형 약국 가보니 의약품 산더미…오남용 우려도
물어봐야 복약지도...소비자 알아서 사는 약, 대형마트 연상
2026-05-22 16:55:13 2026-05-22 16:55:1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근 창고형 약국이 늘어나면서 의료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을 제공함과 동시에 오남용 우려 등 이곳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서울의 한 창고형 약국을 직접 방문해 봤습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의약품에 기간별로 묶음 판매를 하고 있다는 문구까지 기존 약국과는 전혀 다른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22일 서울 용산의 한 창고형 약국. 약 2000㎡ 면적에 각종 의약품·화장품·밴드·영양제·의약부외품 등이 쌓여있었습니다. 매장에는 주부, 30~40대 부부, 할머니, 노부부, 외국인 관광객 등이 돌아다녔습니다. 입구에는 카트와 바구니가 놓여있었습니다. 흡사 대형마트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직원들도 물건 관리·정리 등을 위해 분주했습니다. 화장품 코너에는 영어로 외국인의 문의를 응대해 주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흰 가운을 입은 직원 3명은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았습니다. 
 
22일 서울 용산의 한 창고형 약국을 바깥에서 본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매대 곳곳에는 '4개월분', '1년분', '약사추천' 문구가 붙어 있었습니다. 대량 구매에 걸맞게 복약지도나 의약품 설명 등은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요청해야만 매장 측이 반응하는 구조였습니다. 비타민C 매대에서 한 어르신이 주위 직원에게 "이거 어디서 나온 거냐"고 물었고, 직원은 업체명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시 어르신이 "맛은 어떤가"라고 묻자, 직원은 "맛은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상당수 고객은 알아서 제품을 사고 있었습니다. 40대 여성 2명이 비타민 매대 앞에 카트를 댔습니다. 이미 제품 3~4개를 카트에 넣은 일행은 휴대폰을 살피며 대화했습니다. 일부 고객은 계산대에 있는 약사를 붙들고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기자가 비타민 매대에서 비타민C 제품을 집어 바구니에 넣었을 때도 매장 측의 안내는 없었습니다. 이후 직원들에게 '약사에게 문의하고 싶다'고 하자 계산대에 있던 약사 1명이 다가왔습니다.
 
매대의 비타민과 다른 매대의 비타민 차이가 뭐냐고 묻자, 약사가 '처음(으로) (비타민을) 챙기려고 하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렇다'고 답하자, 약사는 비타민 매대로 향했습니다. 그러면서 "크게 종합비타민과 비타민B가 있다"라며 "C·D가 아니라 B와 종합비타민을 추천하는 이유는, (고객이 비타민을) 챙기는 건 피곤해서이든지 면역력이 부족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타민 매대 중에서 비타민B의 제품 종류와 수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가장 비싼 제품이 11만9000원이었습니다. 다른 비타민 매대들의 가격은 모두 1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약사가 추천한 비타민B 제품에는 180알짜리와 120알짜리가 있었습니다. 기자는 추천받지 않은 다른 비타민B를 구매 목록에 추가한 뒤, 해당 약사에게 계산했습니다. 약사는 "이것(비타민B)은 고함량 비타민이라서 하루 2알씩 복용하면 된다"라고 안내했습니다. 약 4분 걸린 안내와 복약 지도에는 오남용 주의 정보가 없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3일 "창고형 약국과 같은 자본·유통 중심의 영업 형태는 약국의 공공적 기능을 훼손하고 있다"라며 "대량 구매·저가 판매 경쟁 중심의 운영은 복약상담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약사의 핵심 역할을 약화시켜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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