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육아기 ‘10시 출근제’가 도입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급여 상한액이 인상됐다. 일하는 부모들에게는 분명 반가운 변화다. 출근 시간을 늦추고 아이의 등원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소득 감소 부담을 줄이면서 돌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이전보다 한 걸음 나아간 정책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아이를 키우는 시간’을 사회가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동안 돌봄은 개인의 몫, 특히 여성의 책임으로 여겨져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책은 늦었지만 필요한 방향 전환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 제도는 만들어졌지만 모든 부모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인력 여유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유연근무를 신청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눈치와 현실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자영업자는 더 어렵다. 출근 시간을 늦추는 대신 가게 문을 늦게 열 수 있는가.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하루를 온전히 비울 수 있는가. 대부분의 자영업 부모에게 ‘돌봄’은 곧 ‘소득 감소’로 직결된다. 제도가 있어도 활용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결국 지금의 정책은 ‘가능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제도’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돌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 직군이나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경험은 모두에게 동일한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도는 여전히 정규직 중심, 대기업 중심의 틀 안에서 설계되어 있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많은 제도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실제로 그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을 위한 대체 인력 지원 확대, 자영업자를 위한 돌봄 바우처나 시간 지원 제도, 지역 기반 공동 돌봄 시스템 구축 등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여주는 정책’이 아니라,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확장되어야 한다.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어야 할 핵심 질문은 “누가 실제로 그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가”이다.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서울의 한 어린이집으로 등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책의 완성은 문서가 아니라 현장에 있다. 그리고 정책은 현장에서 움직일 때 진짜 정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하루는 제도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아침 등원 시간, 갑작스러운 병원 방문, 예측할 수 없는 돌봄의 순간들 속에서 부모는 매일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 선택이 더 이상 개인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돌봄 정책이다.
좋은 정책이 시작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정책이 모두에게 닿도록 만드는 일이다. 돌봄이 가능한 사회가 아니라, 누구나 돌봄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정원 쉼표힐링팜 CEO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