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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9일 09:5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강릉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무궁화신탁이 보유한 신탁보수와 비용상환청구권까지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 정황이 드러났다. 분양대금 등 사업 현금흐름이 아닌 '권리'를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이 신탁사 본체까지 번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 무궁화신탁은 대출채권의 절반가량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설정하고 1년 이상 연체 채권이 1500억원을 웃도는 등 재무 전반에서 부실 징후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강릉 포남 주상복합(강릉 유블레스 리센트) (사진=유탑건설)
분양 아닌 신탁채권…차환으로 버티는 PF
19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릉 포남 주상복합 개발사업에서 신탁사가 보유한 비용상환청구권과 신탁보수청구권(사업 과정에서 신탁사가 먼저 투입한 비용과 수수료를 나중에 돌려받을 권리)까지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유동화 구조가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거래는 무궁화신탁이 사업 과정에서 먼저 넣어둔 비용과 수수료를 나중에 돌려받을 권리까지 담보로 잡고 자금을 조달한 방식이다.
유동화 규모는 약 58억원으로, 별도 특수목적법인(SPC)이 한 달짜리 단기 유동화증권(ABSTB)을 찍어내고, 만기가 올 때마다 또 다른 한 달짜리 증권을 새로 발행(차환)해 이전 증권을 갚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구조상 투자자에게 갚아야 할 돈은 사업장에서 실제로 들어오는 분양대금이 아니라, 계속 새로 찍어내는 증권으로 기존 빚을 막아주는 식이다. 겉으로는 PF 사업 유동화지만, '새 빚으로 옛 빚을 갚는' 형태로 현장에서 현금이 돌지 않는 상황이 드러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릉 포남 주상복합 개발사업은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1153 일원 옛 포남시장 부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단지다. 지하·지상 복합 구조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등을 함께 짓는 형태로 추진 중이다. 시행은 무궁화신탁이 맡고, 시공사는 중견 건설사인 유탑건설로 알려져 있다.
최근 현장에서는 본격적인 굴착·골조 공사와 함께 주변 주민 민원이 불거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 과정에서 소음·분진과 인근 건물 균열 등이 나타났다는 호소가 이어지면서 지자체와 시공사가 안전 조치와 피해 보상 방안을 놓고 대응에 나섰다. 그럼에도 사업 자체가 중단되거나 인허가가 취소된 것은 아니어서, PF 자금은 단기 유동화증권 차환과 신탁사의 청구권 유동화를 통해 계속 유지되고 있다. 현장 역시 일정 수준의 공정을 밟아 나가는 모습이다.
이인영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이번 구조는 신탁사가 보유한 비용상환청구권과 신탁보수청구권을 SPC에 넘겨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뒤 단기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라며 "통상 PF가 분양대금 등 사업 현금흐름으로 상환되는 것과 달리, 차환 발행과 금융기관 신용보강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1년 이상 연체 1500억대…이미 늦은 회수 구조
안그래도 무궁화신탁은 외형부터 빠르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최근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무궁화신탁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715억원으로 전년(959억원) 대비 25.47%(244억원) 감소했다. 특히 핵심 수익원인 수수료수익이 759억원에서 486억원으로 35.95%(273억원) 급감했다. 신탁보수 역시 558억원에서 298억원으로 절반 가량(261억원) 줄며 사업 기반 자체가 약해진 흐름이다. 시장 둔화를 넘어, PF 사업 축소와 신규 수주 감소가 동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손익 구조는 더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1233억원으로 집계되며 영업손실만 518억원을 기록했다. 비용 측면에서는 대손상각비가 440억원, 기타 대손상각비가 141억원에 달했고, 유가증권 평가손실도 96억원 발생하며 실적을 크게 훼손했다. 여기에 기타 대손상각비 291억원이 영업외비용으로 추가 반영되면서 법인세비용차감전순손실은 809억원으로 확대됐다.
대출채권 건전성도 빠르게 악화되는 흐름이다. 무궁화신탁은 총 대출채권 2901억원 가운데 1448억원에 대해 충당금을 설정했다. 충당금 설정율은 49.91%로 약 절반의 자산을 회수 불확실로 반영했다.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자금인 신탁계정대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되며 충당금 규모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연체도 심화됐다. 1년 이상 연체 채권은 1551억원으로 전년(1106억원) 대비 40.27%(445억원) 증가했다. 이 중 신탁계정대만 73.53%(1141억원)를 차지한다. 신탁사가 사업에 직접 투입한 대다수 자금이 1년 이상 회수되지 못하고 묶여 있다는 의미다. 일부 대여금 역시 대부분 충당금으로 반영되며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무궁화신탁이 빠르게 위축되는 핵심 이유는 부동산 PF 부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자본과 유동성이 동시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책임준공형·차입형 신탁을 공격적으로 늘렸다가 분양경기 급랭과 공사비 급등을 직격탄으로 맞았고, 연체·손상 채권이 쌓이면서 수천억원대 대손비용이 자본을 잠식했다. 결국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규제 기준을 밑돌며 금융당국의 경영개선명령까지 받는 등 현재는 구조조정·지분매각을 전제로 생존 자체를 논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IB토마토>는 무궁화신탁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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