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사례 1. 7월 인천 검단신도시 입주를 앞둔 A씨는 최근 인천교육청으로부터 자녀가 입학할 학교는 집 앞 500m 거리가 아닌 1㎞ 이상 떨어진 곳이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A씨는 아이의 통학 거리가 멀어진 만큼 안전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기존 학부모들이 학생 포화를 이유로 전학생을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겁니다.
사례 2. 인천시 건축위원회는 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2024년 4월9일, 인천 서구 루원시티 상업3구역에 1100세대 규모 오피스텔 신축 계획안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여기엔 원래 초등학교 지을 자리가 있었는데,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성을 높이겠다며 그걸 없앤 겁니다. 인천교육청도 학교를 지을 필요 없다며 거든 탓에 루원시티에서 학교를 지을 땅은 3곳에서 1곳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이 일대 가현초·봉수초는 수년째 과밀학급·과대학교 상황입니다.
사례 3. 경기도 수원 고등동과 매교동 일대에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500~4000세대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면서 4~5년 만에 1만2000세대가 이주했습니다. 오는 7월엔 2200세대 규모 아파트까지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중학교는 600명 규모의 수원중 하나뿐입니다. 통학 거리를 2㎞로 넓혀도 중학교는 2~3곳에 불과합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신도시와 대단지 입주 현장에서 벌어지는 '과밀학급·과대학교' 문제가 6·3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학교 신설 지연에 따른 원거리 통학 안전 우려는 물론 전학생 수용 여부를 둘러싼 주민 간 갈등까지 번지며 교육 현장의 학습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입니다.
4일 고민정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중학교·고등학교 과밀학급 비율은 각각 38.8%, 25.37%로 나타났습니다. 중학교는 10곳 중 4곳이, 고등학교는 4곳 중 1곳이 과밀학급입니다.
수도권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경기도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58.61%, 37.5%가 과밀학급입니다. 인천은 53.20%(중), 31.50%(고)였습니다. 서울은 26.58%(중), 22.3%(고)로 집계됐습니다.
과밀학급은 한 학급의 학생이 28명을 초과한 경우를 말합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선 수업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거나 참여형 토론·실험·실습 등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 수가 많아지면 학생 개인에 대한 교사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의 직무 부담이 높아져 교육의 질적 저하도 불가피합니다.
과대학교는 전 학년에서 학급(48개)과 학생 수(1000명)가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입니다. 학교 공간 대부분을 교실로 써야 해 과학실·음악실로 쓸 공간이 부족해지고, 급식을 2~3교대로 먹어야 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를 증축하거나, 조립식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면 그만큼 운동장 공간이 좁아져 이것 역시 학생들의 활동에 제약을 주게 됩니다.
과밀학급·과대학교는 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학교 신설과 이전이 신도시로 쏠리면서 원도심 역시 과밀학급·과대학교로 인한 학습권 침해와 원거리 통학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원인은 신도시 입주와 학교 신설 시기의 불일치, 현실에 맞지 않는 학생 유발률 산출 방식, 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와 지자체가 결정하는 도시계획에서 학생의 학습권·안전권보다 경제 논리가 앞선다는 점 등이 꼽힙니다.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문제다 보니 수도권 교육감 후보 가운데 과밀학급·과대학교 해소를 공약한 후보는 많지 않습니다.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단일 후보로 선출된 안민석 예비후보가 적정 학급 경기 모델, 광역학군제와 무상 통학버스 도입을 공약했습니다. 학급 당 학생 수는 상한을 25명으로 낮추고, 지자체 경계에 있는 일부 학군을 통합해 학생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안 예비후보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교육청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공약화한 것"이라며 "도시계획과 학교용지 부담금 등 근본적인 문제는 지자체와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진보 진영의 임병구 예비후보는 과밀학급 문제를 '교육감 특별 해결과제 1호'로 지정하고 전담 대응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학교 없는 입주'를 예방하고자 △배치 기준 현실화 △교육시설 선제 확보제 △입주-개교 동기화제 등을 공약했습니다.
임 예비후보는 "아이들의 안전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진행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고, 학부모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반드시 응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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