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심사 논란 막는다"…거래소, 기술특례상장 평가 전면 손질
3년치 기술평가 전수 점검…외부 평가위원 이해충돌 여부 집중 점검
무실적 기관 정리·기피신청 확대…평가체계 '질적 관리'로 재편
2026-04-23 17:23:27 2026-04-23 17:40:0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평가의 공정성 논란에 대응해 평가 구조 전반을 손질합니다. 최근 3년 치 기술평가 결과를 전수 점검하고 평가기관 구조를 정비한 데 이어 이해충돌 방지 장치와 평가모델 개편, 운영체계 개선까지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평가기관 축소와 기준 정비가 병행되면서 기술특례상장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23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평가제도 전반을 점검하고 구조 개편에 나섰습니다. 지난 2월 경쟁사 이해관계자가 평가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외부 전문평가기관이 수행한 기술평가 전반에 대해 최근 3년 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동안 전체 평가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기술평가에 참여하지 않는 반면 일부 기관에 업무가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이어지며 운영 효율성과 평가 품질 저하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거래소는 지난달 평가 실적이 없는 전문평가기관을 정리해 기존 26개였던 기관을 16개로 축소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무실적 기관을 정리한 것으로 평가 기준이나 등급 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핵심 변화는 평가위원 구성 단계에서의 통제 강화입니다. 거래소는 지난 3월31일부터 기술평가 신청 기업이 특정 평가위원을 사전에 배제할 수 있는 기피신청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기존에는 경쟁회사 중심으로만 기피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개인 단위까지 지정해 배제 요청을 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기술평가 신청서에는 경쟁회사뿐 아니라 특정 개인과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기재하도록 하는 항목도 신설됐습니다.
 
평가 결과 공개 방식도 개선됩니다. 기존에는 평가기관별로 결과서 작성 수준이 달라 '깜깜이 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모든 평가 결과서에 소항목별 등급을 기재하도록 통일됩니다. 결과서 분량도 기존 10~20페이지에서 30페이지 수준으로 확대됩니다. 평가 이후에는 기업 의견을 수집해 평가위원 배정에 반영하는 등 사후 관리도 강화됩니다.
 
평가 기준 역시 인공지능, 우주항공, 에너지솔루션 등 신산업을 반영해 업종 구분을 세분화하고 기술성과 사업성 간 비중을 재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연관성이 낮은 지표는 축소하거나 제외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됩니다. 
 
거래소는 기술 고도화에 따른 평가 난이도 상승과 외부 평가위원 확보 어려움을 반영해 '표준 기술평가모델 고도화 및 전문평가 운영체계 개편' 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 용역에는 평가 기간과 수수료 체계 재검토, 평가 인력 요건 강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평가 기초 자료를 표준화해 기업이 사전에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도 마련됩니다.
 
특히 낮은 수수료와 인력 부족 등으로 국책연구기관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수수료 현실화 논의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기술평가 비용은 기업당 약 2000만원 수준으로 거래소는 실제 비용 구조를 점검한 뒤 조정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평가기관 선정 및 편출 기준을 구체화하고 평가 역량에 따른 인센티브와 패널티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됩니다. 일부 민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이 컨설팅과 예비평가 등 수익사업을 병행해 온 구조가 공정성 논란의 배경으로 지목되면서 거래소는 평가 품질과 공정성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평가 결과에 대한 평가 대상 기업의 분쟁 대응 체계도 정비됩니다. 평가 대상이 제기하는 이의신청 사유를 유형화하고 분쟁 발생 시 조정 절차를 명확히 하는 한편 평가기관 제척 기준도 구체화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기술특례상장이 단순 확대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 관리' 중심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평가기관 구조가 정리되고 심사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준비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평가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 제도 전반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평가 공정성과 수용성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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