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한샘의 고배당 정책으로 인수자금을 회수하던 사모펀드(IMM PE) 전략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매출이 감소해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데다 담합 제재 과징금 및 물류창고 화재 등 소송비용까지 겹쳐 작년 결산 배당이 멈췄습니다. 그간 영업 부진에도 자산 매각으로 고배당을 감당하면서 본업 가치가 줄어든 탓에 반전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빌트인 가구 담합 제재 등의 과징금은 총 279억여원이나 됩니다. 여기에 회사는 경기도 군포 물류창고 화재 관련 소송에 대해 210억원의 충당부채(이하 별도 기준)를 인식했습니다. 이는 고배당 정책을 지속해 온 한샘이 올 결산 배당을 멈춘 배경으로 지목됩니다.
그간 자산 매각과 고배당 정책으로 현금창출력이 감소한 한샘으로선 뜻밖의 현금유출 파장이 큽니다. 사모펀드는 통상 자산가치를 제고해 재매각을 통한 엑시트를 모색하지만, IMM PE의 경우 사내 현금을 직접 회수하는 고배당 정책이 두드러졌습니다. 그 여파로 회사 본업 경쟁력은 후퇴한 양상입니다.
사모펀드 인수 전인 2021년 1조7734억원이던 매출은 매년 하락해 2025년 1조2837억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펀드 인수 직후 2022년과 2023년엔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2024년엔 178억원 흑자전환했지만 인수 전인 2021년 639억원에 못 미칩니다. 작년 영업이익도 61억원 흑자를 지켰지만 전년 대비 크게 감소했습니다.
고배당 정책이 절정에 달했던 때는 2024년입니다. 영업이익이 178억원인데 당기순이익은 1489억원으로 폭증했습니다. 여기엔 본업에서 번 돈보다 부동산 등 비영업자산 매각 처분 이익(상암 사옥 매각 등)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그해 유형자산 처분이익은 1388억원에 달한 반면, 취득액은 97억원에 그쳤습니다. 보통 영속성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동떨어진 현금흐름입니다.
자산을 판 현금은 재투자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회수 자금으로 우선 배분됐습니다. 2024년 주당 8530원으로 배당성향 95%를 기록했습니다. 전년 5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음에도 고배당을 유지한 결과입니다. 2023년에는 배당성향이 –139.36%를 기록했었습니다. 적자 속에도 고배당을 감수한 탓입니다.
현금유출은 재무 건전성 악화로 연결됐습니다. 2021년 5959억원이던 자본총계는 2024년 3356억원으로 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81.21%에서 170.61%까지 치솟았습니다.
작년엔 종속회사 매각과 청산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한샘 소주법인 지분을 중국 현지 회사에 매각하고 상해법인은 청산했습니다. 오랫동안 공들였던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움직임입니다. 자회사 한샘서비스를 합병하고 한샘개발 지분은 타사에 매각했습니다. 과징금에 충당부채까지 배당가능 이익을 축내자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부실채권에 대한 경고등도 켜졌습니다. 영업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 비율이 상승세입니다. 전체 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023년 7.9%에서 2024년 17.1%, 작년 18.7%로 뛰었습니다. 특히 상거래 외 채권인 미수금의 경우, 2025년 기준 95억원 중 절반인 47억원(50.1%)을 회수 불가능한 대손충당금으로 잡았습니다. 이는 영업 현장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음을 방증합니다.
2023년 약 889억원이던 재고자산이 2025년 649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자산 총계 대비 비중도 9.97%에서 7.54%로 줄었습니다. 본업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고 감소는 사업 규모 자체가 축소된 정황을 보여줍니다.
무더기 입찰 담합으로 손상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하는 과제도 무겁습니다. 2024년부터 2025년 말까지 공정위로부터 받은 과징금 제재만 9건입니다. 담합이 적발된 분야는 빌트인 특판가구 및 시스템욕실 등 건설사 대상 B2B(기업 간 거래) 사업입니다. 무더기 제재로 인한 브랜드 신뢰도 하락과 향후 대형 건설사들의 입찰 배제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일부 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버티고 있지만, 최종 패소 시 이자와 소송비용까지 얹어 내야 합니다.
군포 물류창고 화재는 7건의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소송 규모는 250억원이며 이미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10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했습니다.
이런 예외적 현금유출은 사모펀드의 엑시트 전략도 꼬이게 만듭니다.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배당을 전면 중단하고 해외 법인을 청산하는 등 뒤늦게 비상 경영에 돌입한 상태”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재매각이라는 정석 대신 뼈를 깎는 고배당을 택했던 것은, 애초 무리하게 끌어다 쓴 인수금융(LBO) 이자 상환 압박이 그만큼 컸던 까닭 아닐까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한샘 관계자는 "배당 시에는 회사의 배당가능이익, 현금흐름, 유동성, 투자계획 및 재무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며 "앞으로도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회사의 재무상황과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중장기 관점에서 합리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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