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6·3 지방선거가 4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역·기초의원 선거구가 아직도 확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130일 넘긴 채 선관위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7일 본회의 처리만을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1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오는 17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합의하지 못해 당일 처리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7일이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정치개혁 법안 처리 마감일이다. 이날 본회의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가 전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백 대변인은 "정개특위에서 다룬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이 이번 본회의 처리 대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여야는 기존 체제를 거의 손대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지역 단위로 경계선을 다시 그리는 세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획정 결과가 각 당의 득실로 직결되다 보니 협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개특위 안팎에서는 17일을 넘겨 법정 시한조차 또다시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윤건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법 및 지방선거구제 개편 심사 소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직선거법상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은 선거일 180일 전인 지난해 12월5일이었습니다. 선관위는 시·도 차원의 조례 개정과 선거구 공고 등 후속 절차를 감안해 실무 마지노선을 이달 17일로 제시했습니다. 이때까지 입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5월14~15일 후보등록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정개특위는 선거일 163일 전 출범해 역대 평균(478일 전)보다 315일 늦게 구성됐습니다. 그동안 12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중대선거구제 범위와 인구 과소 지역 처리 등 핵심 쟁점은 지금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진보당 등과 광역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 확대에 합의했지만, 국민의힘이 사전투표제 재검토와 외국인 투표권 요건 강화를 맞불 카드로 꺼내 들면서 협의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인천은 오는 7월1일 31년 만의 행정 체제 개편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복잡합니다. 제물포구·영종구·검단구가 신설되고, 서구가 서해구로 바뀌어 2군·9구 체제로 전환됩니다. 개편 후 자치구 기준으로 구청장과 지방의원을 뽑아야 하는데도 광역·기초의원 선거구 숫자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제물포구에 출마한 예비후보는 <뉴스토마토>에 "제물포구 의석수가 확정이 안돼 경선도, 선거 운동도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기는 화성·용인·평택 등 인구 증가 지역의 정수 증원이 불가피합니다. 인구 106만명 화성시는 기초의원이 25명에 불과합니다. 의원 1인당 인구가 4만2000명으로 전국 평균(1만7000명)의 2.5배에 달합니다. 국회에서 정하는 기초의원 전체 수에서 조정해야 해 한 지역을 늘리면 다른 지역을 줄여야합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도 고민이 많습니다. 헌재는 지난해 10월 장수군·옹진군·군위군 등 9곳 선거구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광역의원 선거구로 지목한 전국 17곳에 포함된 옹진군·울릉군·영양군 등은 선거구 자체가 사라질 위기입니다. 옹진군은 서해 5도 접경지역, 울릉군은 독도 영토주권의 거점이라는 점에서 도서·접경 특례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큽니다. 울릉군의회는 지난 2월 의원 전원이 상경해 "섬 지역 특례 지정과 도의원 선거구 존속"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 첫 지방선거를 치르는 강원도는 광활한 면적 대비 인구가 희소해 5개 기초자치단체를 하나로 묶는 '공룡 선거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북 군위군은 2023년 7월 대구로 편입된 이후 첫 선거를 치르는데, 독자 광역의원 선거구 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지역 정치권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7월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통합시의회 의원정수와 선거구조차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통합 지역 주민 310만명의 대표권이 공백 상태에 놓인 셈입니다. 17일 여야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시·도 조례 개정과 선거구 공고 등 후속 절차가 한 달 안에 마무리돼야 하는 빠듯한 일정입니다.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갈 길은 멉니다. 광역의원 선거구가 확정되면 각 시·도는 조례규칙심사위원회를 거쳐 시·도의회 의결로 기초의원 선거구를 최종 획정해야 합니다. 이후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구 공고가 이뤄져야 비로소 후보들이 어디서 뛸지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각 당이 경선 등 후보 결정 절차까지 모두 마쳐야 합니다. 이 모든 절차를 5월14~15일 후보등록 전까지 한 달 안에 끝내야 합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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