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가 여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은행(024110) 대구 이전론이 전면 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로 옮기자는 공약을 앞다퉈 내놨는데요. 기업은행 등 금융권 노동조합은 2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퓰리즘 공약을 규탄했습니다.
여야, 대구 유치 경쟁
여야 대구시장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기업은행 이전 공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지역균형발전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김 전 총리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고 있다”며 지방소멸 위기를 강조했는데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 전 총리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주요 해법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전 총리는 과거에도 공공기관 지방 이전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습니다. 2024년 총선 당시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지방 소멸을 해결할 방법은 공공기관 추가 이전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대구 민심 공략에 나선 상황입니다. 추경호 의원은 최근 대구시장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습니다. 과거 윤재옥 의원도 기업은행 본점 이전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요. 여야 모두 해당 이슈를 선거 전략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박정권 대구 수성구청장 예비후보와 오영준 대구 중구청장 예비후보 등 민주당 소속 기초단체 예비후보들도 기업은행 본점 대구 이전 건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정치권 전반에서 이전 논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면서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실제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정책금융 기능 약화와 조직 재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한 직원은 “정치권에서 이전 논의가 반복되면서 내부적으로도 동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책금융기관 특성상 단순한 물리적 이전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노조, 청와대 앞 규탄 기자회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기관 지방 이전 논의를 '선거용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즉각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금융노조는 "금융기관을 선거용 전리품처럼 활용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 생태계의 수도권 집중을 인정한 점을 언급하며 "현실을 가장 잘 아는 금융당국 수장도 구조적 특성을 인정하고 있는데 정치권만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윤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을 금융 인프라 중심에서 떼어내겠다는 것은 금융의 기본 원리를 무시한 결정이자 표를 노린 정치적 행위"라고도 했습니다.
금융노조는 중동 리스크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까지 거론하며 이전 논의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중동 지역 긴장 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책금융 네트워크를 분산시키는 것은 위기 대응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윤 위원장은 "금융 컨트롤타워 기능을 분산시키는 것은 국가 경제의 안전판을 스스로 해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조는 기업은행과 같은 상장 금융기관의 강제 이전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투자자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중소기업 대출의 64.2%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기업은행 이전 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연의 소명을 잃게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날 회견에서는 각 기관 노조 대표들이 발언에 나서 조직 운영 차원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기관 노조를 중심으로 보다 직접적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준비 과정에서 금융노조와 정치권이 금융 중심지 정책을 추진하고 무분별한 지방 이전의 폐해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면서 "이중·삼중으로 약속을 해놓고도 기업은행 이전을 거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을 향해 "이번 논의는 지도자의 판단이 아니라 선거를 앞둔 정치꾼들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만약 강행된다면 이는 10만 금융 노동자에 대한 배신으로 노동자의 삶을 선거용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은주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도 정책금융 기능 약화를 우려하며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금융은 국가 경제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정책금융기관은 산업 육성과 위기 대응의 핵심축"이라며 "이들 기관을 분산시키는 것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공공기관 직원 일부의 이전으로 얻을 수 있는 지역적 이익이 글로벌 위기 대응과 국가 경제 성장보다 중요한지 묻고 싶다"면서 "지방 이전으로 전문 인력 유출이 발생할 경우 정책금융 기능은 즉각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금융노조는 당장 총파업을 선언하기보다는 경고 수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다만 향후 정책이 구체화될 경우 전면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윤 위원장은 "정부가 10만 금융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금융 기관의 강제 이전을 끝까지 강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가 여야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은행 대구 이전론이 전면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열린 '금융노조 지방이전 공동대응 TF 기자회견'에서 윤석구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지방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은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로 옮기자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행 등 금융권 노동조합은 금융기관 지방 이전 움직임을 선거철마다 되풀이하는 '포퓰리즘'이라 지적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열린 '금융노조 지방이전 공동대응 TF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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