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급 불안 해소와 관련해 "필요하면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지난 1993년 금융실명제 당시 조치 이후 32년 만에 긴급재정명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데요. 실제 시행 가능성이 낮은 긴급재정명령까지 언급한 것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급박한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중동 전쟁 대응 현황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행 얽매이지 않고 역량 최대치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중동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주요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면서 올해 2분기 유가가 13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대외 의존도가 높고, 중동 지역으로부터의 에너지 수급 비중이 큰 우리 입장에서 더더욱 철저한 점검, 그리고 치밀한 비상 대책이 요구된다"며 "정부 각 부처는 담당 품목의 동향을 일 단위로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에 나서달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대응책을 고민할 때, 일반적으로 보면 기존 관행이나 통상적 절차에 계속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금 더 능동적,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하면 입법도 하고 우리가 가진 권한이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법 때문에 안 되는데 어떡하냐'고 하지 말고, 현재의 제도나 법령의 제한을 극복할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헌법이 정한 긴급재정명령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긴급재정명령은 헌법 76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입니다. 헌법 76조의 1항에는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긴급재정명령의 시행 조건을 명시합니다.
이어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중동 사태의 여파가 헌법 76조가 규정하는 바에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한 셈입니다.
또 해당 조항을 실제로 시행한 사례이자 마지막 사례가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시행 때인 만큼, 이 대통령이 실제 시행보다는 '시급성'을 부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긴급재정명령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한 권한"이라면서도 "앞뒤 맥락을 보면 관료들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대안들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도출된 대안들을 통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으니 그중 예시로 긴급재정명령권을 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가짜뉴스 최초 유포자 '중대 범죄'"
이 대통령은 에너지 및 원자재 수급 불안을 유발하는 허위·가짜뉴스에 대한 '엄정 수사'도 지시했습니다. 재고가 충분함에도 허위·가짜 뉴스가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을 유발하는 등 정부의 비상을 저해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대통령은 "실제로 보면 재고가 충분하다.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는 일인데 지엽적인 일부 문제가 과장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최초에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찾아,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자 국가의 위기 극복을 방해하는 행위로 중대 범죄"라고 했습니다.
석유 90만배럴이 울산에서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내용이 온라인상에서 퍼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베트남이 90만배럴을 사 간 것인데, 북한으로 갔다고 악의적 헛소문을 퍼뜨리더라"며 "신속하게 수사해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 밝혀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언비어나 매점매석 등 공동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모든 조치를 활용해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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